[르포]라세티 흑역사 '보령미션', 크루즈에는 자부심으로
3세대 6단 자동변속기 생산하는 한국지엠 보령 변속기공장
글로벌 GM 내 최고 품질 인정…유럽 등 12개국에 수출
‘보령미션’. 한국지엠의 준중형차 크루즈의 전신인 ‘라세티 프리미어’가 판매될 당시 잦은 고장과 울컥거림으로 소비자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던 변속기로, 한국지엠에게는 지우고 싶은 ‘흑역사’라고 할 수 있다.
‘보령’이라는 지명이 붙은 것은 지역민들에게 유감이지만 한국지엠의 변속기공장이 이곳에 위치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3세대로 진화한 ‘보령미션’의 성능을 증명해 이 용어 자체의 어감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수 밖에.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 등 자사의 최신 모델에 장착된 보령공장의 3세대 6단 자동변속기(GF6) GENⅢ 성능이 과거의 ‘흑역사’를 지우는 것은 물론, 글로벌 GM 내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하며 지난 19일 언론에 보령공장 변속기 생산라인을 공개했다.
한국지엠 보령공장은 6단 자동변속기 및 관련 소재, 엔진용 알루미늄 블록 등 변속기 주요 부품 및 완성품을 생산하는 변속기 전문공장이며, 2007년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이게 바로 악명 높은 ‘보령미션’이다)를 국내 최초로 양산했다.
2014년부터는 글로벌 GM의 각 공장 중 최초로 3세대 6단 자동 변속기인 GF6 GENⅢ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이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공장 위치는 충남 보령 시가지에서도 제법 떨어진 보령관창 일반산업단지다.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서는 다소 생뚱맞은 입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지엠의 완성차 공장이 위치한 부평과 창원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양쪽 모두에 변속기를 공급하는 데 최적의 위치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부평공장과는 차로 2시간, 군산공장과는 1시간정도 거리다.
공장 규모는 완성차 공장에 비해서는 단출했다. 대지면적 20만1816㎡ 건물면적 7만6668㎡로, 알루미늄 주조, 프레스, 가공, 조립라인과 물류시설, 협력사 지원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변속기 생산 과정은 알루미늄 주조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섭씨 700도로 녹인 액체 상태의 알루미늄 용탕을 로봇 팔로 떠서 금형에 고속고압으로 0.1초 안에 대기압 300배의 압력으로 주입 후 주물을 로봇팔이 꺼내면 트랜스미션 케이스와 토크터버터 하우징 등 변속기의 외장 부품이 만들어진다.
공장 관계자는 “알루미늄 주조공장은 전체 작업공정 중 가장 작업환경이 터프한 곳”이라며 “주물이기 때문에 형상이 좋지 않을 경우 품질에 가장 치명적이라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조 설비는 대우자동차 시절인 2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생산 제품이 바뀔 때마다 설비를 새로 바꾸는 게 아니라 금형만 바꾸고 로봇팔 등 서브 장비만 수명이 다하면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기어류와 같이 강한 힘을 받는 부품은 프레스와 가공을 거쳐 생산된다. 프레스샵 중앙에서는 압력 2000t 규모의 프레스 설비가 쉴 새 없이 부품을 찍어대고 있었다.
부품에 압력을 가해 형상을 찍어내는 금형은 여러 개의 컵 모양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밑에서는 원반 형태의 금속이 마치 회전초밥 접시처럼 자리를 바꿔가며 조금씩 금형의 압력을 받아 부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각각의 금형은 모두 다른 모양이다. 같은 모양을 여러 개의 부품에 한꺼번에 찍어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형상을 순차적으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 형상을 만들 때 ‘a’와 ‘O’ 모양의 금형을 차례대로 찍는 식이다.
공장 관계자는 “강한 압력으로 한꺼번에 복잡한 형상을 찍어내면 부품이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로 나누어 찍어 최종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상이 갖춰진 부품은 가공라인으로 보내져 각종 공구들에 의해 절삭, 연마, 용접 등 세부 가공이 이뤄진다. 조립 전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가공라인에서는 엄격한 품질 검사도 병행된다.
완성된 부품을 검사하는 자동검사기는 투입된 제품을 합격품, 합격은 아니지만 수리가 가능한 부품, 불량품으로 분류해 해당되는 칸으로 옮겨놓는다.
라인 한쪽에는 격리된 별도의 공간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 금속시험실에서는 공구연마와 전자빔 용접 상태와 청정도 등을 검사한다. 측정실에서는 기어류와 하우징 규격을 측정하는 샘플검사를 진행한다. 각종 검사에 사용되는 게이지는 검사기관 인증을 받은 교정검사실에서 허가해야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품질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공라인까지의 공정은 대부분 기계가 진행한다. 공장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눈에 띈 작업 인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국지엠 보령공장은 GM에서 변속기를 생산하는 전세계 6개 공장 중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공장이라고 한다.
작업인원이 하는 일은 각종 장비에 제품을 넣거나 빼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모델을 바꿀 때 장비를 세팅하고, 각종 공구의 수명이 다 되면 교체하는 정도다.
심지어 가공라인에서 각종 부품이 완성되면 창고에 저장하고 모델별로 분류해 불출, 조립라인으로 옮기는 과정도 모두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공정을 담당하는 조립 라인에는 비교적 많은 작업 인원이 보였다.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가 조립라인에서 일한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보령공장의 인원은 630여명으로, 1개 근무조(주간 2교대)가 3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50명 이상이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조립라인은 가공라인과 같은 건물에 있지만 유리벽과 별도의 천장을 가진 별도의 룸 형태로 조성해 놓았다. 품질관리 차원에서 청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조립라인은 1개의 메인라인과 6개의 서브라인으로 구성되며, 아베오부터 말리부까지 전 차종의 변속기를 생산한다.
완성차 조립라인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작업 내용은 좀 더 정교한 듯 했다. 2개 시프트에 각 70여명씩 150여명이 작업하며 33초에 1대꼴로 완성품을 생산한다고 한다.
완성된 제품은 RF태그로 서버에 저장돼 생산 현황과 재고 반출입이 자동 집계된다.
출하를 앞둔 최종 제품은 마지막 품질 검사를 받는다. 자동차 실제 구동 상황과 동일한 시스템에 장착돼 작동시켜보는 펑션테스트를 샘플 검사가 아닌 전수 검사로 진행한다.
◆글로벌 GM 변속기공장 중 품질·생산효율 1위…주문 밀려 고민
한국지엠 보령공장의 지난해 변속기 생산량은 48만2000여대로 최대 생산능력(50만대)에 육박했다. 그 중 20%는 부평과 군산공장에 공급됐고, 80%는 유럽 등 해외 12개국에 수출됐다. 완성차에 장착돼 수출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진다.
GM의 전세계변속기 공장 6개 중 역외 물량을 생산하는 곳은 보령공장이 유일하다. 북미 3개 공장(미국, 캐나다, 멕시코)과 중국 2개 공장(상하이, 옌타이)은 각각 자국 완성차 공장에만 납품하는 반면, 보령공장은 한국과 나머지 지역을 모두 책임진다.
보령공장은 GF6 GENⅢ 변속기를 전세계 공장들 중 가장 먼저 생산했을 뿐 아니라 품질과 효율성 면에서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김경현 한국지엠 보령공장 전략 운영팀 부장은 “2013년 GM의 제조품질을 평가하는 BIQ 1~5레벨 중 GF6 GENⅢ 생산공장 중 처음으로 레벨 4를 달성했고, 지난 4월 재인증받았다”면서 “품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이 뛰어나 다른 5개 공장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전세계 1위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성을 가늠하는 ‘하버 리포트’ 변속기 공장 순위에서 그동안 1위였던 포드 반 다이트 공장을 제치고 지난해 보령공장이 1위를 차지했다.
김 부장은 “1세대 GF6 때 다소 문제가 발생해 보령미션이 나쁜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2세대, 3세대를 거치며 완벽한 품질을 확보했는데 계속 그런 이미지로 남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지엠 보령공장은 품질 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른 만큼, 앞으로는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올해 생산목표는 지난해보다 5만대가량 증가한 53만대다.
현재 보령공장은 물량 공급 요청이 많아 주간 2교대(8+8시간) 근무 중 후반 근무조는 1~2시간씩 잔업을 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토요일 특근도 매주 계속되고 있다. 물량 수요가 밀릴 때는 일요일까지 특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령공장 운영을 책임지는 박석곤 본부장은 “지금은 품질이 안정화된 상태기 때문에 어떻게 최대 물량을 생산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부족 장비가 있어서 하기 휴가기간 장비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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