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누리과정 예산 전액 부담' 발표에 ‘환영’ ‘당혹’ 교차
시도교육청은 앞 다퉈 환영 성명…재정 당국은 말 아껴
시도교육청은 앞 다퉈 환영 성명…재정 당국은 말 아껴
25일 교육부가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교육계의 환영과 재정 당국의 당혹스러운 반응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누리과정 전체 예산은 유치원(1조8359억 원)과 어린이집(2조679억 원) 등 3조9400억 원 규모다. 유치원 예산은 교육부가 지원해 왔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교육부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이 도맡아 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의 예산부족으로 박근혜 정부 때는 매해 시도교육청이 교육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부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각 시도교육청은 앞 다투어 환영의 소리를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늘 교육부가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누리과정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앞으로 교육부와 기재부의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누리과정의 국고 지원이 실현된다면 막대한 지방채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도교육청이 시급한 학교 환경 개선과 주요 정책 추진 등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당국의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 건물 석면 제거와 내진 보강 등 환경 개선사업,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의 추진 등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누리과정 안정적 재원확보 및 교육활동에 대한 직접 투자 확대로 학교 교육여건 개선 및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고,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비정상이 정상으로 가는 당연한 결정이며 충남교육가족과 함께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이번 결정은 중앙정부 공약 사업인 누리과정에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교육 출발선의 평등을 기하여 보육과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민의 바람을 받아들인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계기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2조 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재정 당국은 곤혹스런 모습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에 지급하는 2조 원을 포함해 당장 시행되면 내년에 4조 원 가량의 예산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투입된다.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협의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 유아 1인당 22만원씩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재부에서 확정 사안이 아니라고 하면서 추후 재원 조달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말을 아끼고 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기재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이 사안은 공약이다. 확실한 공약인 만큼 갈 것”이라고 못 박아 기재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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