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불공정 해소' 시동…긴장하는 공공기관
대통령 "공공부문부터 블라인드 채용, 지역할당제 실시" 지시
김상조 "공기업 갑질, 임기 내 중장기 목표로 확실히 끊겠다"
문재인 정부가 간판 국정과제로 '불공정 해소' 프로세서를 본격 가동함에 따라, 공공기관의 긴장도도 부쩍 높아졌다.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 이어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직접 지시하면서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채용 시 이력서에 학력·출신지 등 차별적 요인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라는 게 골자다. 또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인재에 대해 채용할당제를 실시할 것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직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민병두 의원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채용광고에 업무와 임금, 채용예상인원 등을 명시하고 △업무와 무관한 사항은 면접시험에서 질문하지 못하게 하며 △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사유를 해당 구직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같은 당 박정·신창현 의원 등도 표준양식의 기초심사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등 채용절차상 차별을 금지하되 이를 민간부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시키는 개정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공기관 갑질’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포문을 열었다. 자신의 임기 내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확실히 근절하겠다며,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 행위를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 확실히 포함시키겠다는 구체적 중장기 과제를 지난 25일 천명했다.
당초 대형 공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대상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지난해 공정위가 공공기관운영법 등 관련법에 의해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는 이미 공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공기업집단을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대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등 12개 대형 공기업들이 무더기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고,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특히 공기업의 불공정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금지' 규정으로 제재할 수는 있으나,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에 따른 제재는 불가능하다. 공기업집단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공기업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규정처럼 공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김 위원장은 “공기업집단을 다시 대기업집단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기획재정부와 국회 차원의 공감대를 전제로,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새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불공정 해소의 계기라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공존한다. 당장 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 주문과 관련, 실력으로만 평가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일방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한 ‘공공기관 지역 인재 30% 할당제’에 대해 역차별 논란이 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공정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총 23건의 공기업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3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의 위탁운영 계약을 연장해주는 대가로 기름을 최저가에 판매하도록 강요했다거나, 한전KPS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불러 개인 소유의 밭에서 일하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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