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체크]변화무쌍 독일의 방패, 고사된 칠레
독일, 사상 첫 컨페드컵 차지하며 초강세 유지
장점인 공격 대신 완벽한 수비 전략이 우승 비결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칠레마저 물리치며 초강세를 이어갔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칠레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라스 슈틴들의 결승골이 터진 독일은 1-0 승리했다.
독일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총 12골을 성공시키며 가장 날카로운 창을 보유했지만 정작 칠레와의 결승전에서 꺼내든 무기는 탄탄한 방패였다. 독일 대표팀에 변화무쌍한 전술을 입힌 뢰브 감독이 또 한 번 거둬낸 성과였다. 'MOM' 테어 슈테겐을 필두로 한 독일 수비진들은 칠레의 공격수들을 성공적으로 무득점에 그치게 했다.
상대 공격 묶고, 결승골까지 관여한 독일의 수비
독일은 3-4-3을 기반으로 이뤄진, 사실상 5-4-1 형태의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이들이 수비를 시작할 때는 미드필더 라인의 선수 간격을 매우 촘촘하게 형성하고 높은 위치의 수비 라인을 유지했다.
또한 미드필더 라인의 세바스티안 루디가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에 비해 비교적 처진 위치를 선점하면서 칠레가 중앙 방향으로 전개하는 공격을 최대한 견제하려 했다. 포르투갈의 윌리엄 카르발류가 칠레와의 4강전에서 루디와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선례가 있다.
칠레가 높은 지점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경우 독일은 위와 같은 5-4-1 수비 진영을 형성했다. 반면, 칠레가 낮은 위치에서 골키퍼 브라보와 함께 공격을 전개하면 직접적인 강한 전방 압박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루디가 후방을 든든히 받쳐줬기 때문이었다. 슈틴들의 골 장면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면, 독일의 전방 압박 진영 후방을 루디가 지켜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5-4-1 수비 진영을 상대로 칠레가 전개할 수 있는 공격 방향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넓게 트인 측면 공간(독일의 미드필더 라인 선수들이 좁은 간격을 형성했기 때문)을 통해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칠레가 가장 잘하는 패스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어 중앙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높게 전진된 독일의 수비 라인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이다.
우선 칠레는 독일의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노리지 못했다. 패스의 타이밍, 공격수와 센터백 간의 오프사이드 싸움에서 모두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넓게 트인 측면을 통해 공격을 전개한다면 독일 입장에서는 손쉽게 수비할 수 있었다. 폭넓은 백5 수비 라인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크로스를 견제할 수 있었고,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연결됐다 한들 독일의 수비수들이 칠레 공격수들을 피지컬적으로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다.
만약 칠레의 패스 플레이에 흔들려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으로 상대 공격을 허용했다면, 우선적으로 센터백들이 볼을 갖고 있는 상대 선수에게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칠레 공격수들의 발기술이 뛰어나 순간적으로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미드필더들이 볼을 갖고 있는 상대 선수를 빠르게 압박하여 실수를 유발하도록 했고, 센터백들은 수비 진영에서 이뤄지는 결정적인 패스나 슈팅을 차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칠레가 시도한 21번의 전체 슈팅 시도 중 8번만의 유효 슈팅을 허용할 수 있었다. 나머지 8개는 무효 슈팅으로, 5개는 수비수에 막힌 슈팅으로 처리됐다. 여기서 테어 슈테겐이 8개의 유효 슈팅을 멋진 선방으로 수비해냈기 때문에 독일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2군 선수들의 실험부터 탄탄한 수비 전술, 그리고 우승컵까지, 3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독일 대표팀에게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내년 월드컵 진출에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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