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을 올린 홍준표호(號), '3대 혁신'으로 국민신뢰 되찾을까
바닥까지 떨어진 위상…“육참골단 각오로 혁신”
바른정당과 보수본당 경쟁…“지선 전 흡수” 자신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의 '3대 혁신' 추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새 사령탑에 선출됐다. 홍 대표가 마주한 자유한국당의 전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의 지지도를 한 자리대로 추락했고, 국민의 신뢰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당 내부에는 계파갈등이 상존하고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으로 남아 있어 9년 만에 야당으로 돌아온 한국당의 앞날에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육참골단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바라본 한국당의 현 상황은 자기희생 없이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으로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한 셈이다.
그는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의 3대 혁신 추진을 위해 즉각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시작하겠다”며 “혁신위는 최대한 외부인사로 구성해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혁신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식(式) 혁신’바람이 당에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경남도지사 시절 치적으로 ‘적자(赤字) 도정’을 ‘흑자(黑字) 도정’으로 전환했던 점을 꼽은 바 있다. 당시 조직의 슬림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정책 등으로 ‘흑자 도정’을 실현한 것을 한국당에도 적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홍 대표는 “혁신해야 한다. 점진적 변화로는 안 된다”며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의 이점을 살려 주위 반대가 있더라도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강력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가 당 쇄신 작업을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바닥까지 떨어진 당의 위신과 당내 계파 갈등, 바른정당과의 보수진영의 주도권 싸움 등은 그가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5월 대선 이후 8∼10% 사이를 맴돌다가 지난달 30일 발표된 조사(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005명 대상, 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7%로 추락했다. 이는 창당 이후 최저치로 바른정당에도 밀렸다.
바른정당과 보수본당 경쟁…“지선 전 흡수” 자신감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보수진영 주도권은 물론 그나마 남아 있던 대구·경북(TK)지역 민심도 홍 대표를 외면할 수 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내년)지방선거 가기 전까지는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바른정당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음을 내비쳤다.
또한 홍 대표의 ‘인적혁신’은 계파문제와 맞물려 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홍 대표는 ‘친박청산’을 외쳐왔다. 하지만 계파문제는 홍 대표에게도 쉽지 않은 난제다.
홍 대표 본인이 확실하게 내부 장악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옛 주류이자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청산’을 전면에 꺼내들 경우 오히려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때문에 홍 대표는 혁신위를 통해 국정파탄에 연관된 핵심친박 인사들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지난 대선부터 전당대회 기간 내내 줄곧 지적됐던 확장성 문제도 홍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남지역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분석이다. 영남지역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홍 대표와 이철우 최고위원이 타 후보들에 비해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국정당의 기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무게 추를 이동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는 최대 표밭인 수도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류여해 최고위원과 이재명 최고위원이 서울지역의 당협위원장이다. 하지만 두 최고위원 모두 여성·청년최고위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당 내부의 목소리다.
이처럼 하나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홍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가며 위기에 처한 한국당을 안정시킬지 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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