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함덕 해상가두리서 2개월 간 적응훈련 마치고 18일 자연방류
제주 함덕 해상가두리서 2개월 간 적응훈련 마치고 18일 자연방류
고향바다인 제주 함덕항에서 2개월간의 현장적응 훈련을 마친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가 18일 20여년만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방류되는 금등(25∼26세·수컷)과 대포(23∼24세·수컷)는 1997년∼1998년 사이에 제주인근 해역에서 어업용 그물에 불법 포획돼 제주지역 돌고래 전시·공연업체에 머물고 있던 것을 서울대공원이 반입(1999년)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해 7월 방류가 최종 결정된 후, 올해 5월 제주로 옮겨져 약 2개월간 현장적응 훈련을 마쳤다.
금등은 제주 금등리에서, 대포는 제주 대포동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이름도 마을 명칭에서 따랐다.
금등과 대포는 지난 5월 22일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함덕항 인근 해상가두리로 이송된 후 활어포획 훈련 등을 받았으며, 7월 6일 열린 기술위원회의 방류 적합성 평가를 거쳐 11일 ‘남방큰돌고래 민관 방류위원회’에서 18일을 방류일로 최종 결정했다.
해양수산부와 서울시는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의 해상가두리 적응훈련 경과를 살핀 결과, 자연에서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제주바다로 방류키로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방류 이후 금등과 대포가 자연 상태의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잘 합류해 생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금등과 대포의 지느러미에는 숫자 6과 7을 각각 표시해 쉽게 식별이 가능한 상태다.
이날 방류 행사에는 강준석 해수부 차관을 비롯해 이제원 서울시 부시장, 안동우 제주도부지사, 시민단체 및 함덕항 지역주민 등이 참석했다. 시민단체의 방류 축하공연, 먹이 주기 행사, 유공자 포상 등 남방큰돌고래의 귀해(歸海)를 축하하기 위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함께 열렸다.
금등과 대포의 안전한 귀향에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역할도 컸다. 자발적인 모금을 진행해 해상에서 적응훈련 중인 남방큰돌고래의 먹이를 십시일반 마련했고 인근 아쿠아리움의 전문가들은 훈련 중인 상황을 집중해 살폈다.
이번 방류를 함께 결정한 서울시도 동물복지 차원에서 남방돌고래와 같은 해양보호생물들이 안전한 서식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결단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행사 후 본격적인 금등, 대포의 자연 방류가 이어졌다. 함덕항에서 200m 떨어진 가두리까지는 배로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드론을 띄워 방류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기념행사 때부터 잔뜩 흐린 날씨가 오락가락 비를 뿌렸고 함덕항 앞바다에 떠 있는 지름 6m 가량의 가두리에 도착해 비로소 금등과 대포의 활기찬 유영을 볼 수 있었다.
방류에 앞서 그간 돌봐왔던 사육사들이 활어와 감성돔 등 양동이 9개 분량의 먹이를 아낌없이 주었고 금등, 대포는 인사하듯 힘차게 물 밖으로 솟구치며 가두리 안에서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이어 사육사들이 바다방향 일부의 가두리 그물을 내리며 바다방향으로 방류를 유도하자 10여 분간을 더 헤엄치던 대포가 먼저 가두리 밖으로 벗어나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취재진과 주변 관계자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금등은 쉽사리 바다로 나가지 못했다. 잠수사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가두리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유도했지만 20분여를 더 가두리 안에서 헤엄치며 맴돌았다.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들 돌고래의 자연 방류 모습을 담기위해 몰려들자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가두리를 벗어나지 많았고 결국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은 뱃머리를 돌려야했다.
방류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후에도 30여분 정도를 더 헤엄치던 금등은 가두리의 열린 그물 사이를 헤치고 자연스레 바다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돌고래 방류 후에는 '금등·대포 고향바다의 품으로'라고 쓴 '방류기념 표지석' 제막식을 개최, 금등이와 대포의 귀향을 축하했다.
남방큰돌고래의 방류사업은 2013년 제돌·삼팔·춘삼이를 시작으로 2015년 태산·복순이 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주 해역에는 남방큰돌고래 11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등과 대포가 해상가두리 적응훈련 때에도 80여 마리의 돌고래가 찾아와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남방큰돌고래의 방류사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단체와 외신에서도 관심을 갖고 현장 취재에 참여하는 등 이목이 집중된 행사라는 설명이다.
이날 강준석 해수부 차관은 “제주해역의 고래 서식지 보호와 개체수 유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양생태계보호법을 개정해 고래 불법 포획 유통을 막겠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