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오이값 실화냐'…치솟는 물가에 장보기 두려워
오이·시금치·배추 등 신선식품 상승세 뚜렷
소비자·상인 울상…식탁물가 '비상'
"시장을 보긴 봐야 하는데 터무니없이 오르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나요. 장을 봐야 하니 마트에 오긴 하지만 가격을 보고는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많아요."(서울 신천동의 주부 최모 씨)
지난 9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식료품 가격에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들은 채소와 과일의 가격표를 보고는 쉴 새 없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오이와 시금치, 배추 등 채소값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한데, 긴 장마와 폭염 탓에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신선식품 중 오이(54.0%)·시금치(46.2%)·배추(43.6%)·호박(34.0%)·무(5.7%)의 가격이 지난달 대비 크게 상승했다. 특히 오이·시금치는 작년 같은 달과 대비해서도 각각 44.0%, 1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들어 가격이 많이 상승했던 계란(0.5%)·오징어(0%)의 경우, 크게 변동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한 마트에서 오이를 집어 든 주부 이모 씨는 "무, 배추, 오이, 대파 할 것 없이 안 오른 게 없네요. 식료품이니까 어쩔수 없이 사기는 사지만 최대한 간소하게 구매한다"면서 "오이 한 개가 1500원인데, 이 정도 물가면 외식이 오히려 싸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채소를 정리하던 신선식품코너 직원도 "보통 이맘때쯤이면 채소가격이 떨어지는데 폭염과 장마 때문에 떨어지질 않는다"면서 "가끔씩 손님들이 가격표를 보고 '이 가격표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을 때면 난처하다"며 머쓱해 했다.
재래 시장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았다. 이날 찾은 서울 신림동 중앙시장은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데다 물가까지 올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했다. 더위에 지친 상인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고, 몇몇 점포들은 문을 닫기도 했다.
연신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던 채소가게 주인 박모 씨는 "이렇게 더운데 누가 전통시장을 찾겠냐"면서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비싸다고 발길을 돌린다"며 지난달과 비교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푸념했다.
맞은편의 과일가게 주인 김모 씨도 "폭염에는 채소나 과일은 금방 말라버리고 장마 때는 공급이 불안하니 상품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올 여름처럼 날씨가 더운 경우는 상인들끼리 '올 여름 장사는 글렀다'고들 한다. 이런 경우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라고 생각해 한 달 정도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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