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선 붕괴' 원화강세 지속, 경기회복 발목 잡나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경기 악재 우려
원·달러 환율이 작년 9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1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달러당 1100원은 심리적 저항선이었지만 최근 외국인의 매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급속도로 끌어내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하락한 10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1100선이 무너지자 당국에서는 빠른속도로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원화강세 기조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지속돼왔다. 10월 수출은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에도 전년동월대비 7.1%가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보다 0.2%포인트 상향한 3.0%로 전망해 낙관적 경기 판단을 뒷받침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북한 리스크 완화 속에서 견조한 경기와 기업실적을 반영해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하지만 원화강세가 급속도로 빨라지면 오히려 경기회복의 장애물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때문에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속도를 예의주시한다고 언급하며 구두개입을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외환당국과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를 면밀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외환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보다 가계의 소득 증대, 부의 불균형 완화를 통한 내수 팽창이라는 정책 목표를 고려할때 의도적인 원화 절하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자칫 정부가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 정책을 가세했다가 더욱 더 가파른 원화강세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부 주도의 성장 구조가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고용시장 부진으로 이어지는 등 경기에 악재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다.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중소기업의 수출입 규모가 작아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단가 협상력 약화로 손해를 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원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수입물가 안정적 측면에서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제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가운데 에너지 물가는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인다. 최근 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저점에서 반등하지만 원화가 완만하게 절상돼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에너지 가격 안정은 가계소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제로 작년 기준 소비지출에서 에너지 관련 품목 소비는 9%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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