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도 무덤덤했던 증시…"문제는 한미금리 역전"
"한미금리 역전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
"채권시장 타격…증시는 '경기' 변수 고려해야"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도 차분했던 주식시장이 이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현상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고된 이벤트'인 금리 인상의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향후 한·미 금리역전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6년 5개월 간의 동결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오랜 만의 금리 인상에 주식시장 역시 반응했다. 이날 하룻동안 36.53p나 하락하며 2500선 돌파 이후 단 한 차례도 밟지 않았던 2400선으로 밀렸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금리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1.5% 수준은 절대 높은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금리보다는 전날 나스닥 기술주의 폭락으로 인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이 지수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금리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건 인상폭이 크거나 시장이 미처 예상치 못한 경우"라면서 "11월 이미 인상이 예견돼 있던 터라 당장 증시 유동성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오히려 금리 인상을 시장이 '충격'보다는 '확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대해 외국인은 시장의 충격보다는 경기 확장의 의미로 받아들였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엔 시장에 단기 충격이 나타났지만, 오후장 들어선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물 매수세가 확연히 나타났다"고 지목했다.
증권가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경색보다는 한·미 금리 역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상으로 오는 14일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최소한 올해는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됐지만, 내년에도 두세차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올해는 지나가겠지만 내년에는 한미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역전으로 강세인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금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쪽은 주식시장보다는 채권시장일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그 외에도 경기라는 변수가 있는만큼 예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센터장도 "이미 한미간 시장금리의 역전은 최근 한달반 전에 20bp(0.2%)정도 있었다"면서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자금은 전체에서 얼마되지 않는다. 금리가 역전됐다고 당장 자금을 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일 증권시장은 전날 금리인상으로 인한 하락을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96p(0.04%) 하락한 2475.41로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은 16.28p(2.11%) 상승하며 전날의 하락세를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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