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체들 시장점유율 높고 장기간 담합…엄벌 필요"
신문발행 부수 감소 등에 따른 원자재 품귀 현상 참작
골판지나 백판지·신문용지 등을 만드는 제지업체 6곳이 5년 동안 원료인 폐지 구매 과정에서 가격 인하를 담합한 혐의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솔제지와 전주페이퍼에 각각 벌금 7000만원, 대한제지와 신풍졔지 등 3개사에 각각 4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아세아제지는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가격 담합을 할 업체들이 인쇄고지와 신문고지 시장에서 각각 47%, 81%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관련 매출액도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가격 담합이 이뤄져 시장경제질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인쇄고지 및 신문고지 구매가격을 1㎏당 30원 가량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골판지고지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인쇄고지 및 신문고지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 예상하고 해당 업체들끼리 가격 인하 폭을 합의한 뒤 함께 가격을 내려 경쟁을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다만 "신문 고지의 경우 신문발행 부수 감소 등으로 자급률이 절반에 그치는 만큼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품귀 현상은 구매가격 상승,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국내 제지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이들 업체를 포함해 총 45개 제지사의 담합 행위를 적발해 총 1039억45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