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대학가 성폭력 피해자, 서 검사 폭로 계기 목소리
교수·선후배 등 가해자 광범위…SNS ‘#미투운동’ 확산
침묵의 대학가 성폭력 피해자, 서 검사 폭로 계기 목소리
교수·선후배 등 가해자 광범위…SNS ‘#미투운동’ 확산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희롱 폭로를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미투(Me Too)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 처음 시작된 캠페인으로 성추행·성폭력 등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목소리를 내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할리우드의 미투 운동 이전에 ‘문단내 성폭력 고발’ ‘한샘 성추문 사태’ ‘대학내 성희롱 고발’ 등이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자들은 침묵하거나 2차 피해가 두려워 입을 닫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무소불위 권력의 검찰에서 일어난 일인데다 미투 운동이 더욱 주목받으면서 각계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인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김모 씨(23·여)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생활 내내 성희롱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제대로 대처를 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너무 많아서 일일이 대응했다가는 그것대로 미쳐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가벼운 성희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며 “교수님이 ‘재미있는’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양념처럼 내뱉는 성희롱 발언부터 남자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까지 ‘쿨’하게 넘기는 게 멋있는 것 인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신고했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창 연애에 관심이 많을 때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캠퍼스커플 여학생에 대한 별 성희롱 발언이 다 오간다”며 “남학생들 사이에서 오가는 나에 대한 소문을 직접 듣고 난 이후,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 잠이 오지 않더라. 불면증을 오래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가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것도 ‘미투 운동’ 덕분이다. 이렇게 주위에서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나에게 문제가 있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가의 성희롱 유형은 교수·강사부터 일반 학생들까지 아주 다양하다. 유형별 대처방안 교육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SNS에서는 미투 운동 해시태그를 통한 폭로가 이어졌다.
한양대 대학원생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수와 강사하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2016년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담당 교수와 친분이 있는 강사로부터 “단 둘이 만나고 싶다. 열렬한 관계가 되자”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으나 교수의 친구였기 때문에 참고 피해 다녔다고 했다.
심지어 담당 교수는 ‘(강사가) 별 뜻 없이 순수하게 좋아한 건데 나이든 여자가 오해도 크다’며 학교에 진정을 넣지 말라고 압박했으며, ‘목소리를 듣고 싶다, 오빠라고 생각하라’는 등의 성희롱을 일삼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 초 담당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다른 담당교수에게 논문을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며 “빛을 보고 싶다. 이미 오래 어두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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