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첫 5G 주파수경매, 최저가 15억대...한국도 내려갈까?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6조원 이상 ‘우려’
주파수 경매가 하향되면 세수 확보 고민 커질 듯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6조원 이상 ‘우려’
주파수 경매가 하향되면 세수 확보 고민 커질 듯
영국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주파수 경매를 시작하면서 국내 주파수 경매 대가에도 영향을 끼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주파수 경매에 돌입한 영국에서는 3.4GHz 주파수 경매 최저가가 5MHz폭 기준 100만파운드(약 15억원)에서 결정됐는데 업계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영국, 21일 5G주파수 경매 시작...기준가 국내보다 저렴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컴에 따르면 주파수 대역은 5G 용도 3.4㎓ 150㎒폭과 4G 롱텀에볼루션(LTE)용도 2.3㎓ 40㎒폭이다. 3.4㎓ 대역은 3.41~3.48㎓ 70㎒폭, 3.50~3.58㎓ 80㎒폭이다.
오프컴은 3.4GHz 대역을 5MHz폭씩 30개 블록, 2.3GHz 대역을 10MHz폭씩 4개 블록으로 나눴다. 블록을 여러개로 나눠 수를 맞추는 무기명블록경매(CCA)와 대역을 정해서 최고가 입찰로 진행하는 동시다중오름입찰 등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격이다. 최저 경쟁가는 3.4GHz 대역이 5㎒폭당 100만파운드(약 15억원), 2.3㎓ 대역이 10㎒폭당 1000만파운드(약 151억원)이다. 5G주파수 가격이 4G LTE 주파수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는 국내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 2016년에 시행한 LTE주파수 경매 최저가는 700MHz 대역(40MHz폭) 7620억원, 1.8GHz 대역(20MHz폭) 4513억원, 2.1GHz 대역(20MHz폭) 3816억원, 2.6GHz 대역(40MHz폭) 6553억원, 2.6GHz 대역(20MHz폭) 3277억원이었다.
LTE 주파수를 10MHz폭으로 단순 환산하면 영국은 151억, 한국은 최소 1000억원 이상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 경쟁가는 결국 전체 주파수 경매가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다.
◆국내 5G주파수 경매 '6조원' 쩐의 전쟁되나
국내에서도 오는 6월 5G 주파수 경매를 준비하면서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 기준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파수 할당 공고는 5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 3.5㎓대역 300㎒ 폭과 26.5㎓~29.5㎓대역 3㎓ 폭(총 3.3㎓ 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거 주파수 경매 대역보다 약 3배 많은 수준으로 이에 따라 주파수 경매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주파수 경매시 이통3사의 최종 낙찰가는 1조6615억원, 2013년 주파수 경매의 최종 낙찰가는 2조4289억원, 2016년 주파수 경매 때의 최종 낙찰가는 2조1056억원이었다.
단순히 과거 산정 기준으로 추산하면 이번 5G 주파수 경매 전체 낙찰가 규모는 최소 6조~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를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5G에 쓰이는 초고주파 대역은 직진성이 강하고 주파수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해 2G·3G·4G와 비교해 더 맣은 설비투자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할당대가가 대폭 상승하면 통신사업자가 이를 소비자 통신비로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주파수 경매 설계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4G 주파수 경매처럼 해서는 5G경매가는 폭탄 수준이 된다”며 “4G때와 다른 할당체계를 갖겠단 원칙을 세웠고 현재 마무리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5G주파수 경매가 하향 가능성↑... 과기정통부‘고심’
주파수 경매가 눈 앞에 다가오면서 경매 진행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실무진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파수 경매가를 너무 높여도 문제지만 너무 낮추면 세수 확보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5G 전국망으로 사용되는 3.5GHz 대역이 300MHz 폭으로 나오는 만큼 각 사에 100MHz폭씩 할당하면 제일 간단하지만 경쟁이 없으므로 경매가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5G 주파수 경매에서 3.5GHz 대역 300MHz폭을 20㎒씩 15개 블록으로 쪼개는 무기명 블록 경매(CCA)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CCA로 진행될 경우 블록을 많이 쪼갤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주파수 경매가가 높아지긴 하나 대신 주파수 파편화로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과거 LTE 기준을 적용해서 6조원 이상으로 경매를 설계하면 통신사업자가 이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5G 서비스 활성화 부족에 따른 수익 창출의 우려와 망 구축이 다소 힘든 고주파 특성상, 정부도 산정가를 무작정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과기정통부 주파수 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영국에서 최저 주파수 경쟁가가 낮게 설정되긴 했다”면서도 “해당 3.4GHz 대역은 폭이 많지 않고, 4G LTE 추가 증설이 메인 용도이면서 향후 5G로도 사용할 수 있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는 6월에 시행될 국내 5G 주파수 경매와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주파수 성격과 활용성, 중요도에 차이가 크다”며 “현재 실무진들이 5G주파수 경매를 위해 방안을 도출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4월 중으로 주파수 관련 공청회를 진행하고 5월까지 주파수 경매안을 마련해 최종 할당공고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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