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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리라면서 규제만”…역차별에 우는 국내 유통사들


입력 2018.05.15 06:00 수정 2018.05.15 06:06        최승근 기자

적합업종 규제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주춤, 외국계 브랜드는 시장 확대 발판으로

불합리한 주세 제도로 국산 맥주 가격경쟁력 약화…“수입맥주 업체 배만 불려”

국내 유통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에 이어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로 인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유통산업을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선정해 대규모 일자리 공급을 주문하고 있지만, 갈수록 조여 오는 규제 사슬에 기존 일자리마저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과점업 적합업종 규제로 신규출점 제한…외국계 브랜드는 시장 확대 기회로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은 최근 수년간 정체돼 있다.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이 규제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지난해 매장 수 대비 2% 이내에서만 신규 출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입지가 좋다고 해서 아무 곳에나 점포를 열 수는 없다. 개인 빵집 반경 500미터 이내에는 출점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합업종 규제 이전 연간 400~500곳이 문을 열었던 파리바게뜨의 경우 현재는 40~50곳 정도인 10분의1 수준으로 출점 수가 급감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SPC

제과점업이 적합업종을 묶여 출점이 제한된 사이 외국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프랑스 브리오슈 도레(11개), 곤트란쉐리에(30개)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베이커리 브랜드도 주요 상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역점을 오픈한 브리오슈 도레는 앞으로 10년 이내 매장을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출점이 주춤한 사이 외국계 브랜드와 공장에서 생산해 초저가로 베이커리 업체만 승승장구 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규제가 골목상권 보호는커녕 제과점업 경쟁력 저하와 더불어 외국계 브랜드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입맥주 공세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맥주업계에서도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오비맥주가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 '카스'를 수입해 국내 생산제품 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위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국내에 생산시설을 두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국산 맥주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맥주에 붙는 세금 때문이다. 국산맥주에 비해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이 적다 보니 판매 가격에서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입맥주 업체의 경우 대부분 생산기반이 없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고,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외국 본사에 배당하면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4캔에 5000원짜리 수입맥주까지 나오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는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세금 역차별 및 할인 프로모션 규제 등 국내 주류제조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외국계 주류사들은 생산시설 설립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기여가 적은데 비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이익 대부분을 본국으로 배당해 국부 유출까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 출점, 이중규제와 인근 상인 반대로 무산되거나 지연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보다는 이중규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신규 출점 기준 강화 등 기존 규제에 더해 상생법 적용까지 추가되면서 부당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몰 군산점 외관.ⓒ롯데쇼핑

정부는 지난달 27일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 정지’ 이행 명령을 내렸다. 지역 소상공인단체들과 추가 사업조정에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는 군산몰 건립을 추진할 당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정상 절차를 거쳐 점포 개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상생법을 적용해 추가적인 사업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군산 지역 소상공인 단체들은 260억원의 상생기금을 롯데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 일부는 앞서 1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할 당시 상생협의회에 속해 있었다.

양측은 지난 11일에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 차이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군산 롯데몰 뿐만 아니라 기존 규제에 더해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대형 쇼핑몰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사례는 더 있다.

롯데는 서울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을 짓기 위해 2013년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사들였지만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사업이 5년째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출점을 포기한 조정안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상인들의 반대에 막혔다.

신세계는 부천 상동 영상복합단지에 복합쇼핑몰 건립 사업을 추진하다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경남 창원시에 준비 중인 ‘스타필드창원’도 시의 인허가 결정이 늦어지면서 사업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프랜차이즈 등 유통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장려하고 있다”면서도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만들라고 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각종 규제로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외국계 기업들과의 역차별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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