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롯데, 운명의 갈림길서 기사회생...앞으로 남은 과제는?


입력 2018.10.05 16:22 수정 2018.10.06 04:58        최승근 기자

면세점 특허 관련 뇌물죄 유죄 인정…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 관건

11조원 규모 해외투자 및 지주사 전환 작업 속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의 총수 부재 사태가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난항을 겪었던 해외 투자를 비롯해 지주사 전환 등 그룹 주요 현안도 다시금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면세점 특허 관련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잠실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 등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서울고법 형사8부는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월 뇌물공여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추징금 70억원이 선고돼 구속됐다.

경영비리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 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총수를 되찾은 롯데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지주 측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 회장은 구치소로 이동해 관련 절차를 밟은 뒤 석방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구속 이후 M&A 등 해외 투자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서다.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사업 전반을 관리해왔지만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사업의 대부분 중지된 상태다.

4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비롯해 호텔, 유통, 제과에 이르기까지 총 11조원에 달하는 투자 사업이 신 회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처리 문제도 해결과제로 꼽힌다. 집행유예로 석방은 됐지만 면세점 특허 관련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관세청의 징계 수위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업정지 등 징계에서부터 최악의 경우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만큼 롯데의 면세점 사업에 대한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롯데면세점 연간 매출액의 평균 10% 가량을 책임졌던 매장인만큼 특허가 취소될 경우 면세점 사업에 전반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날 재판부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낸 K스포츠재단 70억 규모의 제3자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사업 부문 외에 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도 시급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하면서 한국 롯데 계열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끊임없이 제기됐던 일본 기업 이미지를 지우고 일본 롯데로부터 독립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지난 2월 구속되면서 이 같은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계열사를 롯데지주에 편입하는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지주사 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가장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담당하는 면세점의 실적 부진으로 상장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면세사업에 대한 인수합병 또는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가 당장 상장이 어려운 호텔롯데 대신 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롯데그룹의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롯데물산과 호텔롯데, 일본롯데홀딩스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과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임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 역시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금융사 지분과 롯데물산이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고 금융계열사는 지주사에서 제외할 수 있다.

금융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할 경우 롯데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과의 시너지를 포기해야 하지만, 롯데물산에 몰아줄 경우 시너지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