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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행동주의 헤지펀드’ 경영개입 급증...보호수단 도입 시급"


입력 2018.10.28 11:00 수정 2018.10.28 13:38        유수정 기자

북미·유럽 넘어 아시아 활동 증가…국내 역시 안심할 수 없어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해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아시아기업 대상 경영개입 현황.ⓒ한국경제연구원
북미·유럽 넘어 아시아 활동 증가…국내 역시 안심할 수 없어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해야


최근 들어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공격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8일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에 기초해 이같은 내용을 밝히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의미한다.

한경연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는 지난 2013년 상반기 기준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약 90% 가량 급증했다.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타깃 기업 또한 2013년 570개에서 2017년 805개로 약 41% 가량 늘었다. 여기엔 애플과 P&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포함됐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아시아 내에서 이뤄진 활동 역시 현저하게 증가했다.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개입 횟수는 지난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10배 가량 늘었다.

아직까지는 일본 및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됐지만 엘리엇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2015년)과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개입(2018년) 등을 했던 점에 미루어볼 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한경연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 2005년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를 상대로 경영개입을 시도한 끝에 9400억원의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돌아간 사례도 있다. 당시 그들의 요구는 무산됐던 바 있지만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쏟아 부은 자금은 무려 1조원에 이른다.

한경연은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의 세력이 거세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우리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총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차등의결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포이즌필(poison pill)’은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같은 대응은 ‘행동주의 펀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닌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나는 것에 목표를 뒀기 때문이라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을 받은 후 성장한 사례보다 경영 안정성을 침해당한 사례가 더 많다”며 “공격을 받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은 물론 경영진 교체까지 강요받았다”고 분석했다.

예를들면 지난 2015년 엘리엇이 미국 광산업체 알코아(Alcoa)의 주식을 취득한 뒤 ▲3석의 이사회 자리 차지 ▲스핀오프 ▲CEO 사임 등을 요구하고, 2017년 마지막 분기에 보유주식의 3분의 2 가량을 매도해 104%의 수익을 남긴 사례가 있다.

또 지난 2011년 써드포인트파트너스가 야후(Yahoo) 주식을 다량 매수하고 의사회 의석을 확보한 뒤 이듬해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내는 등 공격적인 개입을 이어오다 지난 2013년 보유주식의 3분의 2를 매도해 124%의 수익을 얻은 사례다.

특히 야후의 경우 개입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겪다가 2017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약 5조원 가치의 핵심자산을 넘기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맥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개입 초반 기업 경영진에 협조적이었던 펀드들도 종국에는 적대적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수정 기자 (crysta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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