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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으로 둔갑한 독재자…김정은 '매력공세' 통했나


입력 2018.11.27 16:00 수정 2018.11.27 16:12        이배운 기자

비핵화 광폭외교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구축…리설주·김여정도 한몫

대북제재에 부정적 여론 형성…남남갈등·한미균열 초래해 핵협상 우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비핵화 광폭외교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구축…리설주·김여정도 한몫
대북제재에 부정적 여론 형성…남남갈등·한미균열 초래해 핵협상 우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는 여론이 ‘광장’까지 진출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펼쳐온 ‘매력공세(charm offensive)’ 전략이 점차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청년단체 ‘위인맞이환영단’은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님을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기 서울답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됐다.

환영단 단장인 김모 씨는 “저는 김 위원장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팬클럽을 공개 모집합니다.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소리치며 “여러분도 곧 좋아하실 겁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실제로 우리가 본 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근데 거기에 유머러스까지 한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발언했다.

또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진보 성향 단체들이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식을 열면서 “김 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 국민들이 보여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가히 경이적이었다”며 “자주 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 모두 감동했다”고 발언했다.

이외 교육방송 EBS의 자회사인 EBS미디어는 최근 김 위원장을 미화하는 듯 한 아동용 교구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끝난후 걸그룹 레드벨벳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처럼 김 위원장을 칭송하는 여론이 표면화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외교를 계기로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수년간 핵개발을 강행하며 고립노선을 지속해온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뒤 평창동계올림픽참가, 예술단 파견, 특사단 회동 등으로 이른바 ‘통 큰 평화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또 우리 예술단의 평양 방문공연을 관람하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자신의 젊고 세련되고 개방적인 면모를 내세우기도 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가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자책을 덧붙이는 등 유머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공식일정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는 정상적인 외교공식을 따름으로서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외교 전면에 나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이 주민 생업 현장을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경제 발전 의지를 잇따라 내비춘 것은 주민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이른바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 선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화 할수록 ‘인권탄압 지배자’, ‘세습 독재자’ 이미지를 희석시켜 외교력을 강화하고 집권 체제를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북한은 ‘정상국가’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미국 주도의 대북최대압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고 ‘남남갈등’ 및 한미공조 균열을 야기해 핵 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또 대내외에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국제사회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입시킴으로서 부분적인 핵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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