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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역설’…로드숍 부진 속 ODM 승승장구


입력 2019.03.06 06:00 수정 2019.03.06 06:02        이은정 기자

미샤·토니모리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실적 부진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주요 ODM 업체 지난해 매출 1조 돌파

미샤·토니모리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실적 부진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주요 ODM 업체 지난해 매출 1조 돌파


ⓒ에이블씨엔씨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토니모리, 미샤 등 로드숍 브랜드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5.3% 오른 1조3578억원, 영업이익은 34.3% 늘어난 899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8839억원에서 1조2597억원으로 42.5% 늘었고, 영업이익은 351억원에서 523억원으로 48.9% 늘었다. 올해는 두 회사 모두 연간 매출이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들 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는 ‘토니모리’의 지난해 매출은 1809억원으로 전년(2057억원) 대비 12.0%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에 이어 50억원가량 적자를 냈다. 2016년 매출 2331억원을 달성하고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지 불과 2년 만에 하락세다.

로드숍 브랜드 ‘미샤’를 갖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3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같은 기간 11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8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미샤와 더불어 1세대 로드숍인 ‘스킨푸드’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화장품과 음식을 결합한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킨푸드는 노세일(No-Sale) 전략을 고수해 위기를 맞았다. 2017년 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스킨푸드는 결국 지난해 10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토니모리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ODM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같은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을 갖출 필요가 없어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로드숍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스킨푸드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도 후발주자로 나섰고 2010년 이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보따리상이 몰려들면서 로드숍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파는 편집숍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가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면서 실적이 더욱 쪼그라들었다.

반면 ODM 업체들은 세계적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화장품 브랜드 창업이 급증하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생산은 기술력이 좋은 ODM 업체에 맡기고 마케팅에 주력하는 ‘마이크로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마이크로 브랜드들은 SNS, 유튜브 등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거나 반대로 유튜버나 블로거 등으로 유명해진 뒤 화장품 브랜드로 정식 출시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세계 1위 코스메틱그룹인 로레알이 인수한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와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임지현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 모두 코스맥스에서 위탁 생산한다. 이외에도 올리브영·롭스·랄라블라 등 헬스앤뷰티(H&B) 매장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의 상당수도 ODM 업체에 화장품 제조를 맡기고 있다.

한편 로드숍들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이블씨앤씨 관계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정하고 매장 리모델링도 200여개 진행할 예정”이라며 “브랜딩과 점포 확장을 토대로 미샤 브랜드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올해는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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