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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 떠넘긴 탈원전 청구서…대책 없는 ‘에너지전환’ 폐해


입력 2019.04.26 12:15 수정 2019.04.26 14:08        조재학 기자

‘2018년 사업보고서’서 정책비용 증가로 재무여건 악화 전망

재생E 확대에 따른 정책비용 증가…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

‘2018년 사업보고서’서 정책비용 증가로 재무여건 악화 전망
재생E 확대에 따른 정책비용 증가…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이 ‘탈원전 청구서’를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표방하며 ‘탈원전‧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임기 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줄곧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으로, 비용부담을 한전에 전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은 ‘2018년 사업보고서’에서 “에너지믹스 전환을 위한 전력시장제도 개편에 대비해 대규모 설비투자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정책비용의 증가 등으로 연결회사의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전 연결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동서‧중부‧서부‧남부‧남동발전 등이다.

한전은 또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력망 확보를 위한 투자비 증가 및 전력망의 안정적인 연계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함께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30~35%로 설정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한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핵심은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전체 설치 목표 48.7GW 중 28.8GW(약 60%)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에 따르면 500MW 이상의 대형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발전사는 PRS 의무비율만큼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야 하며,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RPS 의무비율은 지난해 5%에서 올해 6%로 조정됐으며, 매년 1%씩 높여 2023년 10%로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RPS 비율이 1%포인트(p) 오를 때 REC 구입비용이 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RPS 보전액 등 정책비용이 전년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6조원가량”이라며 “RPS에 따른 보전액도 1조5000억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RPS 비용은 지난해 보다 5000억원 증가한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한전은 예측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전의 정책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선을 그어 한전의 경영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전도 ‘2018년 사업보고서’에서 “RPS 제도를 계획대로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부가 충분한 수준으로 요금인상을 단행할 것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RPS 비용 증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증가, 연료 개별소비세 인상 등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한전의 경영악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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