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FTA분신 고(故)허세욱씨 치료비 ´성금´ 어디로?


입력 2007.08.31 10:07 수정        

FTA반대 단체들 치료비 목적 대대적 모금운동 불구, 치료비 납부 거부

허씨 사망 4개월째 2300여만원 미납상태...병원측,허씨 유가족과 범국본에 지급 요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한미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이 지난 4월 한미 FTA체결에 반대해 분신한 고(故) 허세욱씨 치료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놓고, 8월 현재까지 치료비 수천만원을 지불하지 않아 병원 측이 지급을 요청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한강성심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15일(사망)까지 허씨가 입원한 기간 동안의 입원치료비 2898만원 중 허씨의 형이 납부한 500만원을 제외한 2390만원이 미납됐다.

원무과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미납된 금액이 있어 허씨의 형과 범국본 측 김모씨에게 진료비를 지불해달라는 통고서를 이날 오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단체에서 각서도 쓰고 병원비를 내신다고 하더니 이제껏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가족과 단체 측에 통고서를 발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분신 직후 중대부속 병원으로 이송, 응급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당시 3도 화상을 입었다. 이어 4일께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뒤 소생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15일 오전 11시 23분 숨을 거뒀다. 사망진단서상 사인은 ´패혈증´.

당시 가족들은 허씨가 회복되더라도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클 것이라는 이유로 수술에 반대했지만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정종권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미군문제팀장, 박석운 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등은 "허세욱씨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김종현 화상센터 소장에게 전달했고, 병원 측도 가족의 동의보다는 긴급환자에 대한 치료차원에서 수술에 들어갔다.

허씨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민노당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범국본에서는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허씨의 쾌유를 빌며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였고, 민노당원과 민주노총 조합원, 참여연대원, 범국본 소속 회원들도 자발적 모금에 동참했다.

민노당은 또 허씨가 소생가능성을 보이자 4월 5일 당차원에서 보다 책임있게 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이해삼 최고위원을 총괄대책담당으로 서울시당과 관악지역위원회와 함께 치료비 마련을 위한 당 차원의 모금운동과 집회 등을 하기로 결정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결정을 이 같이 전했고 민노당은 이후 대책위 차원에서 중앙당과 전국시도당, 지역위원회까지 모금운동을 확대했다.

이어 7일에는 민주노총과 범국본 등 단체원 5000여명이 서울 대학로에서 모인 가운데 FTA반대 집회를 강행했다.

이날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이어진 총불문화제에서도 허씨의 병원비 모금 운동이 펼쳐졌다. 보건의료노조도 같은 달 13일 대의원대회에서 허씨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조합원 1인당 700원을 걷기로 결의했다.

박석운 위원장 등 5명이 작성한 "허세욱씨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각서
모금은 했지만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8월 말 현재, 허씨의 치료비는 지급되지 않았고, 모금운동이 산별적으로 전개된데다 취합지점마저 불분명해 지면서 정확한 사용처 및 미지급 경위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

당시 허씨가 회원으로 참여한 참여연대는 회원사랑방을 통해 계좌번호를 공지한 뒤 모금을 시작했고, 관계자는 "참여연대 몇몇 회원들의 제안으로 어제(4월 3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며 "하루 사이 200만원 정도 성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당시 모금 상황을 묻는 질문에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7000만원가량 모금된 것 같다"며 "다른 곳에서도 모금을 했을 것이다. 범국본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단체가 했고, 몇군데 딱집어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금 목적에 대해 묻자 "돌아가시기 전에는 치료비 목적이었고, 이후에는 화상환자들까지 염두에 둔 것이었다"며 "분신 이후 바로 시작돼 장례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치료비 목적 뿐 아니라 장례이후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4월 초부터 말까지 적어도 한달동안 진행됐으며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모아졌다는 의미.

민노당 대외협력실 측도 "모금한 금액은 범국본 측에 넘겼으며 이후 상황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범국본 측에서는 "범국본 자체에서 500~600만원 가량 모금됐지만 당시 사정상 이유로 지급치 않기로 결정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모금의 목적이 치료비 지급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관계자는 "그것을 위해 모금한 것이 아니다. 또 사망과정에서 병원 측이 사망사실을 제대로 (단체측에)알리지 않고 하는 과정이 있었다. (치료비를)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모금액은 어디서 관리되고 있으며 책임소재는 어디에 있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추모사업 준비위원회로 문의하라"고 답했다.

“모금은 하지 말아 주세요. 비정규 직이니까..." 허세욱씨가 분신 전 남긴 유서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허세욱씨 ´시신인도문제 때문´?

문제는 4월 15일 고인의 시신이 당시 구성돼 있던 ´허세욱분신대책특별위원회´가 아닌 유가족들에게 인도되었다는 점. 유족들은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고집했고, 병원 측으로 부터 시신을 인도받아 다음달 오전 성남영생관리소(성남화장장)에서 고인의 시신을 화장했다.

이에 분신대책위는 ´병원 측에서 고인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대책위에 알리지 않은점´, ´사망 후 10여분만에 다른 병원으로 시신이 옮겨진 점´ 등을 이유로 병원 측에 항의했고, 이후 구성된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동지 장례대책위원회´는 "수술을 거부한 가족들을 설득하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당사자를 배제하고 유족과 병원 측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우리를 방해했다"고 성토하면서 "그간의 경과에 대해 명백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노당은 이를 ´사망사건 처리 3대 의혹´으로 규정하면서 ▲분신 환자는 보험 처리가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심사평가원의 지시에 의해 입원 첫날부터 보험 처리된 점 ▲4000여 만원이라는 거액의 병원비가 지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가족들에게 넘겨진 점 ▲시신이 시급히 빠져나가고 환자 상태 악화를 보고하지 않는 등 대책위를 철저히 배제하고 비밀리에 처리한 점 등을 들어 "정부 당국과 같은 힘있는 기관의 보증과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4개월이 흘렀고 그 과정에서 단체들은 수천만원의 치료비 지급을 미뤄 병원 측이 유가족과 범국본에 통고서를 발송하는 상황을 낳았다.

김형탁 민노당 대변인은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병원 측에서 시신을 범국본 등 대책위에 알리지 않고 가족들이 왔다고 해서 넘겼다"며 "당시 이쪽(대책위)에서는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자고 했는데 가족들은 조문도 못하게 했다. 문성현 당 대표도 병원에 못들어가고 병원을 바라보며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어쨌든 가족들도 최종적으로 수술에 동의했고, 병원 측에서 시신을 대책위에 알리지 않고 인도했다. 이렇게 되면 치료비를 지불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대책위 차원에서 결론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본래 모금 목적이 치료비 마련을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치료비 명복으로 걷은 것은 분명하지만 장례식을 별도로 치르고 노제도 치렀다.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도 하고 모란 공원에 허세욱씨의 가묘를 설치, 유해가 없는 묘지를 만들었다"며 "그렇게 하는데 5000만원 가량이 들어갔다. 나머지는 추모사업을 위해 남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치료비 지급을 계속 거부할 것이냐´는 질문에 "병원 측에서 대책위의 요청을 기망한 것이다. 시신을 빼돌려 놓고 이제와 치료비를 내라니..."라면서도 "범대위 차원에서 다시한번 따로 이야기 될 수 있는지 봐야겠지만 당시에는 그러한 정황이어서 (지급)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참여연대 측도 "당시 모금액은 장례비용을 보태는 데 쓰여졌고, 이후 결산공고를 통해 회원들에게 사용내역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가족 측은 조문을 못하게 한 것과 진료비를 내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고인의 시신을 놓고 이슈화가 되는 것이 싫어 시신을 빨리 옮긴 것이고, 때문에 병원비 중 일부인 500만원을 가족 측에서 병원에 지불한 것으로 고인의 시신에 대한 우선권은 유가족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허씨는 분신 전 남긴 유서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모금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라고 당부했다. 어려운 처지의 동료들에 대한 최후의 배려였다.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