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 데일리안 인터뷰
'검사 출신' '정치 경륜 부족' 각종 프레임에
정면돌파…''구태정치·국기문란은 없다"
"내게 국민은 전국민…그것이 큰 정치 기본"
"내가 이재명을 토론에서 박살내도록 기회를 달라. 잘할 것 알고 있지 않느냐. 통쾌하게 이기는 그런 경험하고 싶지 않느냐. 기회를 달라."
숨 가쁘게 이어진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가 종료된 가운데, 한동훈 후보는 특유의 언변과 논리로 상대 후보들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의 리듬감 있는 말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지 몰라도 토론 무대에서 보여준 그의 역량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단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 입문한지는 상대 후보들 대비 늦은 한 후보는 오랜 정치 경력을 지닌 대권주자들과 겨루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그리고 그간 몇 번의 대선에 도전했던 일명 '대권 경력직' 등 쟁쟁한 인물들 사이에서 경륜면에서는 열세일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들과 달리 '구태 정치'의 경험은 없다는 점, 전과나 국가 재난 상황 중 골프, 브로커 연루 의혹 같은 '국기문란'과 거리가 먼 깨끗한 이력이 그의 또렷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한 후보가 자신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한 후보는 탄핵 정국으로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상대는 바로 자신이라고 단언하며,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에 있어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일 수 있다며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줄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다.
한동훈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관을 2년 가까이 했다. 경력이 부족하다는 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치 경력 중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민주당 의원들과 180 대 1로 싸우고 총선 원톱으로 이끌고, 쫓겨났다가 대통령과 영부인 반대에도 당대표 63%로 당선되고 대통령의 여러 과오를 해결하려 직접 나서고 결국 그러다가 계엄까지 막았다"고 압축적 경험들을 열거했다.
이어 "그분들이 이런 정치경험을 갖고 있느냐. 정치경험을 30년 했다고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느냐. 이런 올바른 선택을 해왔던 경험이 있느냐"라며 "내가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구태정치의 경험은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토론에서 우리 편이고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니 살살 했다. 나중에 이재명하고 할 때 내 200%를 쏟아붓겠다"며 "내게 이재명을 토론에서 박살내도록 기회를 달라. 내가 잘할 것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우리 당 후보에게 했던 것의 열 배 백 배로 통쾌하게 이기는 그런 경험하고 싶지 않느냐. 기회를 달라"고 힘줘 말했다.
또 토론에서의 확실한 승리뿐 아니라, 시대교체·세대교체·정치교체를 완수할 준비가 돼 있단 점도 확신의 찬 목소리로 외치며, 국민의힘 대권주자는 '한동훈'일 수밖에 없단 점을 강조했다.
한 후보의 자신감은 그가 내세우는 정책 공약들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AI G3(3대 강국),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확대의 3·4·7 공약 △'AI·바이오·에너지·미래차·반도체 등 국가전략 산업 분야의 도시를 구축하는' 5대 메가폴리스 조성 등이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기 전 청년·산학연포럼 등을 상대로 수 차례 첨단 산업과 관련된 세미나를 주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그는 인공지능(AI), 암호화폐(Cryptocurrency)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연설을 펼쳤고, 청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간 바 있다.
한 후보는 첨단산업 분야는 '취미'가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 분야를 모르고 정치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머리를 빌린다고 하는데, 빌려야 할 머리를 알아야 빌린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간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의문이 생기면 전문가들과 토론해왔다"며 "깊은 고민해온 지 오래됐다. 정치 행보를 재개하기 전부터 계속 그래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치 경륜을 문제 삼는 일부 비난에 대해서는 "나더러 경력이 일천하다는 둥, 검사라서 아는 게 없다는 둥, 문과와 이과의 문제라는 둥 하더라"라며 "본인 책에 자세히 써놓고 스테이블코인(KWJP)이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이해 못하는 분도 있고, 이과가 주도해야 한다며 AI 문제에 대해 전혀 틀린 얘기를 하는 후보도 있었다"고 상대 후보들을 겨냥했다.
이어 "그런 분들이 나더러 경력이 일천하니, 법밖에 모르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라며 "다른 사람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내용과 정책을 갖고 나랑 얘기를 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좋겠는데, 어제 보니까 좀 실망스럽더라. 그런 분들이 내게 경력 얘기를 하시는 게 좀 의아하더라"라고 지금까지의 경선 토론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 안팎 일각에서는 과거 재미를 봤던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이번엔 한 후보에게 붙여대느라 여념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과정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우리 아버지가 불법계엄을 해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자·공화주의자·보수주의자는 그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한 후보는 "그것으로 비난 받고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감수하겠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가 없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상식에 기반한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지지율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 후보는 "내가 '국민이 먼저입니다' 책을 처음 냈을 때와 지금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며 "영남 어디를 가도 (배신자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분이 없어졌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한 후보가 6·3 조기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들 중 가장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카드'라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한 후보는 "내가 '유일한 카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계엄을 막아낸 경험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며 "이제는 많은 지지자나 국민들이 '이겨야겠다' '이기는 선택으로 수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보수 지지층의 집단적 '전략적 선택'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특히 영남권에서 비난을 받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당원들과의 소통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영남 지역을 돌면서 (나의 선택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시면, 난 붙잡고 앉아 이렇게 말한다"며 "이러이러한 상황이라 내가 그렇게 했다. 내가 막지 않았으면 보수는 몇십 년 동안 이름도 못 내밀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이 상황에서 마음 아픈 것은 이해하지만 이게 맞지 않느냐.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 말하면 많은 분들이 이해한다. 그리고 꼭 이기라고 해준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펼쳤다.
한편 최근 경선 토론 과정에서 일부 과열되는 분위기와 함께 비(非)일상적인 표현이 난무한 것을 놓고 한 후보는 "공개 토론이나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향해 무례한 언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앞서 홍준표 후보가 최근 한동훈 후보와의 일대일 '맞수 토론' 중 "깐족거린다"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해, 토론 도중 감정 싸움이 나는 듯한 모습이 벌어졌다.
한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몇 번이나 그렇게 하시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도 그러더라"며 "나는 그런 (상대방을 비하하는) 정치 하지 않겠다. 우리 생활 속에서 면전에서 주변 동료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하면 그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말투에 대한 호불호 지적에 대해서는 정제된 그의 외부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유연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한 후보는 "최근 예능 SNL을 촬영했는데 개그맨 정성호 씨가 예고 없이 나왔다. 내 특징을 잘 잡았더라"라며 "나도 재밌었다. 내가 저랬나 반성도 하고 그랬다. 고치면 된다"고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내게는 꿈이 없다. 국민 여러분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 국민의 꿈만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후보는 "국민의 꿈이라는 게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나라가 더 부강해지고 국민의 삶이 행복하게 지켜지는 것이 국민의 꿈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그걸 이루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준비가 돼있다. 국민 여러분의 승리를 위한 무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이 전쟁 같은 승부에서 반드시 국민 여러분을 위해 이기겠다"며 "내가 이길 수 있다. 포기 말고 절망 말고 힘을 모아달라. 내가 반드시 이기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앞으로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MBTI에 빗대며 자신이 'T(이성형)'인 척 하는 'F(감성형)' 같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부족한 게 많다. 고치려고 노력한다"며 "나는 그런 조언을 들으면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나를 알아왔던 분들이 많이 어색할 것 같은데 나는 정치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며 "정치를 많은 말을 들으면서 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너의 정치는 뭐냐'고 누가 그러더라. 여러 말로 좋은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명언을 가져와 멋진 말로도 할 수 있겠지만, 난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며 "내게 국민은 전국민이다. 지지자만이 아니다. 그게 큰 정치의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통합과 화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끝으로 "내 정치를 말한다면 12월 3일 10시 반, 지지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생각했다. 그 결정이 나를 정치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것을 감수하고 그런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것이 내 정치다. 그 기준은 국민이었고 대한민국이었다. 그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말을 한다"고 자신의 정치 철학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