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녹두꽃' 통해 진정한 연기자 발돋움
코믹 멜로 사극까지 두루섭렵한 색깔 있는 배우
드라마 '녹두꽃' 통해 진정한 연기자 발돋움
코믹 멜로 사극까지 두루섭렵한 색깔 있는 배우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녹두꽃’. 그 대장정을 마무리한 배우 조정석은 그렇게 또 한 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켰다.
“‘녹두꽃’, 이 제목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기억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만난 배우 조정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대만족”을 표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선 굵고 메시지 강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배우들은 만감이 교차한다. 그 서사적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적지 않다. 조정석도 그랬다. 그는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시원하다”면서도 “작품 속 백이강의 감정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입니다. 정말 최고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하고,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쉬움이나 섭섭함 없이 정말 시원합니다. 그 만큼 행복했고 좋았어요.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었고 그랬기에 시청률의 아쉬움도 자연스레 털지 않았나 싶어요.”
그 어떤 작품을 마쳤을 때보다 더 힘 있고 자신감에 넘친 모습이었다. 앞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열 손 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며 특정 작품을 꼽을 수 없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작품은 달랐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촬영하는 모든 날이 좋았단다. 그렇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녹두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표했다.
특히 기존의 사극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소재와 더불어 최근 일련의 사회적, 국제적 환경을 반영했을 때 드라마 ‘녹두꽃’의 의미는 달랐을 터다. 그는 “독립운동의 시초가 되는 모습도 만족스럽고 백범 김구 선생님도 만나 뵙게 돼 좋았다”며 “녹두꽃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다는 말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한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작품에 임하는 감독, 배우, 스태프 그 누구도 ‘녹두꽃’의 의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가슴 깊이 공유했다.
“워낙 굵직한 사극이라 시작부터 단단히 준비하고 작업에 들어갔는데 모든 분들이 각 분야에서 모두 잘 해주셔서 너무나 수월하게 잘 마무리 한 것 같아요. 정말 완벽하고 탁월했던 현장이었어요. 그래서 인지 어떤 작품 보다 책임감이 강했고, 집중력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순간의 몰입도가 높아진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좋았던 기억만 남네요.”
메시지가 깊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조정석은 그렇게 그들과 호흡하며 최고의 연기를 담아냈다. 극중 사투리 연기까지 섭렵한 그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출신인데 전라도 사투리 연기가 힘들지 않았다. 나중에는 사투리를 의식하지 않는 경지까지 올랐다. 아내이자 가수 거미의 코치(?)를 받았다”고 농담어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자체가 매력이 있었다”면서 “동학농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별로 없는데 그러한 중요한 시대, 그리고 특히 당시에 살았던 형제들이 주인공이라는 게 더 매력적이었다. 대본이 주는 힘을 믿었고 그렇게 ‘거시기’ ‘백이강’이 됐다. 자연스럽게 울컥하고 요동치는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작품에 임했던 남다른 마음가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평가도 너무 감사하지만, 이러한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굉장히 뿌듯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상황상 모든 말들이 조심스럽지만, 그런 것을 생각했으면 이 역할을 맡지 않았겠죠. 다만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알고 있는 역사지만 ‘희망’이 느껴졌어요.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조정석은 마지막까지도 “행운이었고,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그러면서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을 기대하는 그의 눈빛이 빛났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장르의 다양한 역할들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나 봐요. 변주가 잘 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이 준비중인 신작도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두 분이 그리는 향기가 있거든요. 그런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부담감은 욕심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욕심을 버리면 제가 가진 신체로 그 인물이 되죠. 아직까지는 그런 연기가 너무 좋고 벅차요. 빨리 또 연기하고 싶고 지금의 이 여유로운 마음이 계속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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