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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규제-3] "돈 그만 벌고 법정에서 봅시다"…전속고발권 폐지 우려


입력 2019.10.02 06:00 수정 2019.10.02 07:40        조인영 기자

검(檢)·공(公) 중복 조사로 기업 경영활동 위축 우려

재계, 소송 남발 걱정 "피로도·비용 부담 증가 불가피"

검(檢)·공(公) 중복 조사로 기업 경영활동 위축 우려
재계, 소송 남발 걱정 "피로도·비용 부담 증가 불가피"


공정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경영계의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자체적으로 담합 수사를 할 수 있게 돼 기업 활동이 당연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의 핵심은 전속고발권 폐지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작년 8월 중대한 담합행위(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 합의했으며 같은 해 11월 이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입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전속고발권은 기업 담합사건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 검찰은 가격 담합, 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입찰 담합 등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 없이 바로 수사할 수 있다.

기업 간 건전한 가격 경쟁을 가로막는 담합을 효과적으로 근절하겠다는 취지이나 경영계는 부작용을 더 우려하고 있다.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 조사·수사가 가능해지면서 과징금·과태료 등 행정 제재 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적용되는 등 이중 처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무죄 판단이 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재조사를 하거나 완결된 사건을 놓고 검찰이 이를 부정하고 다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 이미 수사가 진행된 사건 이외에 별도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거나 압수수색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별건수사를 벌일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별건수사로 확대할 경우 이를 일일이 소명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피로도가 상당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가 위축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담합을 신고하는 사례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진신고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경영활동 위축도 제기됐다. 검찰이 담합 혐의를 받는 기업에 압수수색을 나가고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토라인에 세우면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영업에도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보다 대응력이 떨어짐에 따라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존립이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불공정거래 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私人) 금지청구제 도입에 따른 소송 남발 우려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사익 편취를 위해 악용될 소지가 많고, 비효율적인 소송이 남발된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기업의 법무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소송 증가로 검(檢)·공(公) 수사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일단 고발하기만 하면 검찰은 의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검찰 조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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