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 속 분위기 휘어잡기
최고위원·의원들 반발 기류…다음 주가 고비
홍준표 "정당은 상명하복 관료조직과는 달라"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 속 분위기 휘어잡기
최고위원·의원들 반발 기류…다음 주가 고비
홍준표 "정당은 상명하복 관료조직과는 달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은 선거법·공수처법 저지 투쟁에서 완패한 이후로 '책임론'이 불거지고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 요구가 있는 가운데에서 당내 분위기를 휘어잡기 위한 승부수로 분석된다.
자신이 출마할 '험지'가 어디인지 밝히기에 앞서, 당내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함께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자"고 압박을 가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앞서 '현역 의원 3분의 1 컷오프, 50% 교체' 발표 때처럼 당내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메시지' 아니냐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대회 규탄사 도중 "금년에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겠다. 당의 많은 중진 분들도 함께 험한 길로 나가달라"며 "나부터 험지로 갈테니, 당의 뜻있는 모든 의원들이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집회가 끝난 뒤 따라붙은 취재진이 '험지가 어디냐''종로냐'라고 물었지만, 황 대표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하며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떠났다. 이날 메시지의 무게중심이 본인의 험지 출마보다도 당내 중진들의 험지 출마에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최근 당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중요한 당무 결정 과정에서 최고위원들이 '패싱' 당하고 있다.
정당득표용 자매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의 창당은 핵심 당무이기 때문에 최고위의 의결이나 심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최고위원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앙선관위 등록이 이뤄졌다. 심지어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심재철 원내대표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고위원들이 최근 황교안 대표의 일방통행식 당무 운영에 불만을 토로하는 빈도가 늘어난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의 동요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은 이날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보수대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의 대상인 유승민 의원, 안철수 대표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가) 당에서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지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앞서 황 대표도 당내에서 계속되는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에 "무엇이 나라를 살리는 길인가 하는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지도체제의 위기 속에서 황 대표가 중진의원들의 '험지 차출론'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황 대표가 중진의원들에게 동반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총선을 눈앞에 두고 지역구를 전혀 다른 곳으로 떼어옮겨 당선된 사례가 없다. 이런 요구를 하려면 미리부터 당협을 주고 밭을 갈라고 했어야 한다"며 "정계 은퇴를 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황교안 대표 측에서는 당대표가 솔선해서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만큼, 당내 동요가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험지로 차출당할 것을 우려한 중진의원들이 불만을 눌러 참고 다시 자세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는 맥락이다.
하지만 최고위와 의원들 사이에 이미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오히려 반발 기류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이브닝 쇼'에 출연해 "정당이라는 곳은 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과는 다르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집단일 뿐, 위아래의 상하 개념이 아니다"라며 "상하 개념으로 생각하고 의총에 가서 '조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직도 당을 관료 조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혀를 찼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주말을 지나면서 당내 여론이 형성될 것이고,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통합비대위로의 전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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