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개막 연기된 KBO리그
구단별 외인 변수 통제에 따라 순위 영향 예상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봄은 야구팬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이다.
국내 프로야구 리그인 KBO리그 역시 3월 28일 봄의 시작과 함께 2020시즌 대단원의 막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적 유행이 되고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KBO리그에도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KBO는 지난 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장고 끝에 KBO리그 개막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야구를 포함해 국내 4대 스포츠라 불리는 농구, 축구, 배구 역시 영향을 받았다. 곧 포스트시즌이 열릴 예정이었던 농구와 배구는 남녀리그 모두 중단된 상태고, 프로축구 K리그 역시 야구보다 먼저 개막을 연기했다.
비단 국내 뿐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역시 4월 이후로 개막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현지에서는 포스트시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16강 토너먼트가 진행 중인 UEFA 챔피언스리그는 16강 2차전 도르트문트와 파리생제르망의 경기와 발렌시아와 아탈란타의 경기가 모두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이후 일정이 연기됐다. 유럽 축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디펜딩 챔피언인 유벤투스의 주전 수비수 루가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패닉에 빠진 상태다.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 올리던 KBO리그 10개 구단들 역시 황망한 상황이다. 대만으로 떠나있던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2군 선수단은 귀국 비행 편이 결항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들뿐 아니라 대다수 구단이 한국으로 돌아올 귀국 편을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구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시범경기를 펼치고 2주 남짓 남은 개막전에 맞춰 마지막 옥석 고르기를 할 상황이지만,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1차 연기에도 정상 개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 재개한 훈련 중에도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KBO리그 구단이 신경써야 할 주요한 변수가 또 하나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다. 국내 선수들이야 다소 당황스럽더라도 개인 위생을 강화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며 개막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사태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다른 종목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문제다. 국내 프로농구 KBL은 국가대표 경기 휴식기를 끝마친 2월 26일 리그를 재개했다. 당시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며 우려를 낳았지만, KBL 측은 무관중 경기를 실시하는 대안을 마련하며 리그를 중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과 달리 외국인 선수들은 당시 상황에 불안함을 느꼈던 정도가 달랐다. 부산 KT의 앨런 더햄이 자진 퇴출 의사를 밝힌데 이어 고양 오리온스의 사보비치와 더햄의 팀 동료였던 바이런 멀린스까지 줄줄이 자진 퇴단했다.
KBO리그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KBL과 아직 개막도 하지 않은 KBO리그의 상황을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이탈 변수가 발생한다면 해당 구단은 엄청난 전력 누수를 겪어야 한다.
투수 2명- 타자 1명으로 구성된 외국인 선수진의 활약 여부는 팀 전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정규 시즌을 앞두고 차근히 손발을 맞춘 외국인 선수와 급하게 찾은 대체 선수는 기량 면에서 차이가 많은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가빈 슈미트는 지난 11일 남은 시즌 경기를 소화하지 않고 고국인 캐나다로 돌아간다는 결정을 내렸다. 10년 전부터 삼성화재에서 뛴 이력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친숙한 가빈도 입국 제한 조치와 같은 점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무대에 잔뼈가 굵은 선수도 떠나는 마당이라 KBO리그 역시 외국인 선수 이탈 변수를 통제하는 것이 올시즌 농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년 같았으면 시범경기를 치르고 고대하던 개막을 향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KBO리그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또다른 변수를 체크해야할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유럽과 달리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에 힘입어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 단 한 명의 이탈 없이 정상 개막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