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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8년 만에 최저…정유·화학업계 비용 절감 '몸부림'


입력 2020.04.01 05:00 수정 2020.04.01 05:48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코로나 확산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유가 18년 만에 최저

셰브런 등 빅오일 투자·개발 비용 축소…앞다퉈 현금 확보 나서

국내 정유·석화업계도 비상경영 돌입…1Q 영업손실 2조원 전망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모습.ⓒ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모습.ⓒAP/뉴시스

에너지·화학 업계가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비용 절감을 가속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역(逆) 오일쇼크'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을 보이면서 미래 성장을 담보로 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일부 공정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 빅오일(Big Oil)로 불리는 슈퍼메이저사들은 올해 계획했던 투자·개발 비용(CAPEX) 축소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2위 석유 업체인 셰브런(CVX)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올해 자본 지출 계획을 당초 수립했던 것보다 20% 삭감한 40억 달러로 다시 세웠다.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비용 감축에 나선다.


영국과 네덜란드계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은 자본 지출을 50억 달러 줄인 200억 달러로 낮춰 잡았다. 올해 운영비를 연 3억~4억 달러 절감하고, 현금에서 80억~90억 달러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토탈(TOT)은 자본 지출을 18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20%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중단 등을 선언한 곳도 있다.


업계가 앞다퉈 투자를 축소하며 현금 확보에 나선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국제유가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 경제활동이 멈춰지며 최근 석유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사우디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증산 경쟁까지 펼쳐지며 유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하락한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9.27달러까지 하락하는 경험을 겪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 거래일 대비 8.7%(2.17달러) 떨어진 배럴당 22.76달러를 나타냈다.


빅오일들은 그간 셰일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심해유전 탐사에 집중해왔다. 셰일오일의 채굴 원가를 충당하고 이익을 내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을 넘어서야 하는데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국내 석유화학·정유업계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올해 1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내 파라자일렌(PX) 공정의 일부 가동률 하향 조정에 나섰다. 테레프탈산(PTA) 공정에 대해선 가동중단을 검토 중이다.


석유화학 가공원료인 PTA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와 페트병(PET)의 원료로 사용된다. 공급과잉에 가격마저 떨어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가동 중단 시 해당 공정을 맡았던 인력을 여수나 대산 등의 신규 프로젝트로 전환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K종합화학 또한 SK울산콤플렉스(CLX)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정을 오는 12월부터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틸렌프로필렌 합성고무(EPDM) 공정에 대해선 2분기 안에 가동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다.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로 종전보다 10~15% 낮춘 바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90%로 낮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고 경비 예산을 최대 70%까지 삭감키로 했다. 복리후생비 등의 인건비가 포함된 판매관리비를 축소해 재무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비상경영과는 무관한 조치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국내 정유사 한 관계자는 "이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사업안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신규 프로젝트 발굴 등의 움직임은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운영 비용에서 비중이 큰 원유 대금과 시설 보수유지비만은 줄일 수 없어 임금 삭감안 등으로 대처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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