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역대 최대급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 호소, 구조조정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역대 최악의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으며 점포 정리와 인원감축 등 눈물어린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3월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백화점 매출액은 작년 같은 달 대비 34.6% 감소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할인점 매출액도 13.8%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도 2월 소비가 전월 대비 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비 감소폭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음식·도소매 분야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고용동향에서도 도매, 소매업 실업자 수도 무려 16만8000여명이 발생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대형 악재는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 식음료 업체에서 패션업계까지 사실상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 수준인 200여개를 정리한다. 올 상반기 양주·천안아산·신영통점 점포 폐점을 공식화 하고 연내 15개 점포를 폐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점포에만 해당되며 인력은 전환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인력 감축 없는 구조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식음료업계도 예외없이 때아닌 한파를 겪고 있다. 오비맥주는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로 기존 날짜보다 앞당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6일부터 업소용 주류를 생산하는 청주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외식업계도 덩달아 휘청이면서 CJ그룹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은 모든 투자를 전면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과 조직장 월급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은 오는 6월까지 최소 1주 이상 무급 휴직에도 들어간다.
SPC삼립 역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종현 대표는 “리스크 관리체계를 도입해 적자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SPC삼립은 사업만 축소할 수도 있고, 인력을 재배치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패션업계도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세아상역·한세실업·한솔섬유 등 의류벤더 업계 ‘빅 3’는 대부분의 벤더사가 해외 시장 수출 계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의류 벤더업체들의 경우 OEM, ODM 방식으로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형 벤더기업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80% 이상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자 관련 업체는 일제히 비용절감에 나섰다. 세아상역은 일부 아르바이트생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한솔섬유는 이번달부터 특정 사업부 대상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
신성통상·신원·풍인무역·최신물산 등 중소 벤더업체의 타격은 빅3 업체보다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탑텐과 지오지아를 보유한 토종 SPA 브랜드 신성통상은 아예 수출사업부 직원 약 50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업계는 현재 패션업계 ‘해고 대란’이 수출중심 벤더와 종합패션기업의 수출 부서에 국한돼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LF는 지난달부터 임원 급여를 30% 삭감했으며, 한섬은 마케팅 활동비를 전액 회수했다. 또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배우진 대표가 실수로 인력 감축 계획을 담은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구조조정설에 휩싸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은 현재로선 불가피하다. 업계가 버티지 못할 만큼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면서 “업체 대부분 4~5월 프로모션은 진행하고 있지만, 마케팅은 아무래도 축소 하거나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매출로 이어질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