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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왜 '30년 수요집회'에 나가지 않겠다 했나


입력 2020.05.10 06:00 수정 2020.05.10 06:0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이용수 할머니, 정의연 자금사용 문제제기

시민단체 '운동수단' 전락한 데 대한 반감?

윤미향·정의연, 보도자료 내며 적극 해명

정의연 11일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발표 예고

지난 1월 수요집회에 참석해 공개발언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을 지지해왔던 진보진영이 발칵 뒤집혔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실제 모델로 위안부 피해자 중에서도 상징성이 크고, 28년 간 수요집회와 함께 했던 분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할머니가 정의연의 관계가 틀어졌을까.


쟁점 1. 수요집회 성금 사용처


이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대목은 수요집회를 통해 걷힌 기부금의 용처였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가면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돈을 낸다”며 “학생들은 전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돈을 내지만,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요집회’는 정기연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의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개최하는 집회다.


정의연 측은 반박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전 정의연 이사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정의연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정의연 측은 2017년 11월 이 할머니에게 보낸 1억원의 입금증과 1992년 7월 15일 지급한 지원금 100만원에 대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1992년은 수요집회가 처음 시작된 해다. 정의연 측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지원금 등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영수증 자료를 추가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쟁점 2. 2015년 한일 합의 당시의 기억


2015년 당시 한일 합의로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의 인지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 할머니는 “2015년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올 때도 위안부 피해자들은 몰랐다”며 윤 당선자만 당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았다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다”고 했다. 그는 “당일 이용수 할머니는 일찌감치 사무실로 와서 저와 변호사 등과 함께 TV로 한일합의 발표를 봤고 끝나자마자 같이 기자회견을 했다”며 “그런데 아니다라고 하셔서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입장문 서두에는 “1992년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 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면서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라고 말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며 자신의 기억이 정확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쟁점 3.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배후 있다?


윤 당선자와 더불어시민당은 현재의 왜곡된 상황을 만들어낸 배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YTN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공동대표를 만난 후부터 이 할머니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도 MBC라디오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 역시 할머니의 어떤 주변 계신 최모 씨라는 분에 의해서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최모 씨는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공동대표와 가자평화인권당은 지난 총선 기간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나 비례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퇴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행태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보다 더 나쁜 짓”이라면서 “민주당이 강제징용을 말한다면 그 입을 찢어버릴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었다.


최 공동대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및 희생자 관련 사업을 하면서 이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도 최 공동대표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심경 변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 4. 정의연, 정치적 목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이용?


30여 년 함께 수요집회를 해 온 윤 당선자의 국회의원 출마가 이 할머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윤미향이는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에 과도하게 이념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정작 문제해결의 주체여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이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는 운동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느끼시는 모양”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자는 사전에 이 할머니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후보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의 반응을 기다렸다”며 “저는 ‘잘했다’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도 다른 제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그래, 그래, 그러자’고 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연 측은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기자회견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기자회견을 살펴본 뒤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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