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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늘어나지만 매출 없어"…신음하는 영화 마케팅사


입력 2020.05.21 13:24 수정 2020.05.21 14:57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작품 연이어 연기…인건비·임대료 지출

"업계 인력 이탈, 영화계 큰 손실"

'콜' 포스터.ⓒ뉴 '콜' 포스터.ⓒ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가장 힘들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사라지면서, 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팅사도 피해를 떠안고 있다.


영화 마케팅사는 영화 계약 당시 50%의 비용을 받고, 개봉 후 한 두 달 뒤에 잔금을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개봉이 밀리면서 매출은 전무하다. 매출이 없어도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는 매달 지출해야 한다. 개봉하는 영화가 없더라도 일은 계속한다.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 문구 등 마케팅도 변경해야 한다.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강효미 대표는 "마케팅사는 개봉 영화에 따라 잔금 받기 때문에 일정한 매출을 내지 못하는 구조"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잔금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사라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5월초만 해도 잦아들던 코로나19 사태는 이태원발 집단 감염 사태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봉을 결정했던 '침입자', '결백', '프랑스 여자' 등 중급영화는 또 한번 개봉을 미뤄야 했고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콜'은 개봉 일정을 잡지 못했다. 상반기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이 여름 시즌이나 하반기에 몰리게 되면 라인업은 어그러진다. '사람'으로 움직이는 마케팅사는 목표로 잡았던 영화 외에 다른 작품이 겹치면 한 작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강 대표는 "영화 홍보·마케팅은 오롯이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며 "예를 들어 홍보로 잡았던 영화가 두 편이었는데, 코로나19로 개봉이 밀린 탓에 세 편으로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우려되는 문제"라고 짚었다.


'결백' 스틸.ⓒ키다리이엔티 '결백' 스틸.ⓒ키다리이엔티

코로나19로 홍보·마케팅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회사의 운영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위주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도 힘들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원해주는데 이 부분도 직원이 휴업해야 줄 수 있다. 개봉일 밀려도 계속 일을 하며 준비해야 하는 영화 마케팅사엔 해당되지 않는다.


강 대표는 "영화 개봉일이 변경되면 포스터나 예고편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홍보 일정을 새로 짜야 한다"며 "일은 더 늘어나지만 수입이 없어지다 보니 부득이하게 직원이 퇴사하고, 더 최악의 경우엔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에 따르면 마케팅사 24곳 중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은 회사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20%에 해당하는 곳은 회사의 규모가 큰 경우로, 직원들이 휴직이 가능했을 때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강 대표는 "규모가 작은 마케팅사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기 힘들다"며 "자금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인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버티던 인력이 업계에서 이탈하면 영화 업계에 큰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벌써 넉 달이 흘렀다. 잠잠했다 하면 다시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터라 향후 대책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강 대표는 "단기전이면 버티는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또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절실하다"며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정부나 업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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