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된 공연계서 살아남은 작품엔 회전문 관객
코로나19에도 희망 있다면, N차 관람하는 마니아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창궐 이후에도 뮤지컬들은 무대에 오른다. 막연한 불안감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확고한 팬덤이 형성된 공연들은 여전히 매일 일정한 수준의 좌석 점유율 유지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회전문 관객이야말로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뮤지컬 시장을 지탱해온 힘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처럼 폭넓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시기, 뮤지컬 마니아들이 있기에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킬앤하이드'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 대작 뮤지컬은 물론, '쓰릴 미' '마마돈크라이' 등 중소극장 뮤지컬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은 이른바 '회전문 관객'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에도 꿋꿋이 무대를 지킨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도 회전문 관객이 많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회전문 관객들은 흥행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곤 한다. 무대 공연은 아니지만, 뮤지컬 애니매이션 '겨울왕국'은 회전문 관객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2014년 CGV가 자체 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겨울왕국'을 2회 본 관객은 7.1%, 3회 이상 본 관객은 1.0%로 누적 재관람률이 8.1%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연 관계자는 "반복 관람이 많다는 건 작품으로선 큰 힘이 된다"며 "특히 '회전문 관객'들은 지인한테 작품을 소개하거나 직접 데려온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좋은 평을 남겨준다. 그들 사이에서는 '영업'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작품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공연 마케팅이란 것도 한계가 있다. 관객들의 입소문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마케팅도 결국은 입소문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연 시장이 지나치게 팬덤에 의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수 등 아이돌 출신을 비롯한 스타급 배우들이 나오는 공연들일수록 흥행에 유리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을 선택하는데 캐스팅 일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풍토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는 "처음엔 그런 경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배우를 보러 왔다가 작품에 빠져 마니아가 된 경우도 많이 봤다. 자연스레 또 다른 캐스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시너지효과로 이어지곤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성 팬들의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순항했던 뮤지컬 '마리 퀴리'도 반복 관람이 많은 작품 중 하나였다. "여성들은 어려운 시기, 이 공연이 무대에 올라 고마웠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지금처럼 문화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시점이라면, 회전문 관객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유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 공연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회전문 관객'들, 그 어느 때보다 연대의식이 돋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