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이상 재관람 관객 12.7%, 절대적 영향력
음악 결합-의미 함축, 뮤지컬 특성도 한몫
한 관객은 지난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무려 78회나 관람했다. '벤허'의 경우 3명이나 50회 이상(74회, 58회, 52회)의 관람 횟수를 기록했고, '사의 찬미'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등도 50회 이상 관람한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공연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2019년 공연된 뮤지컬 가운데 상위 10편을 예매한 37만 84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동일 작품을 2회 이상 재관람한 관객 비중은 무려 12.7%에 달했는데, 공연 관계자는 "회전문 관객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2회 이상 관람한 사람이 가장 많은 작품은 '지킬앤하이드'였다. 무려 1만 2635명이 3만 8560회나 관람했다. 이어 '사의 찬미' '그날들' '스위니 토드' 등이 뒤를 이었다.
재관람은 주로 여성 관객들이 많았다. 2회 이상 관람한 관객들 가운데 무려 88.8%가 여성 관객이었고, 이 가운데 20대와 30대가 73.7%나 차지했다. 그만큼 회전문 관객들은 공연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회전문 관객들은 대표적인 뮤지컬 마니아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이니 같은 뮤지컬을 여러 번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또 다른 캐스팅 조합으로 보면 어떨까란 궁금증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
또 배우의 열성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2회 이상 관람하는 게 기본이다. 최근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뜸해졌지만,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 중국 등에서 날아와 수차례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뮤지컬이 갖는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결말을 알고 나면 다시 보기 어려운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특별한 요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귀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뮤지컬의 매력에 더 빠져든다.
또 함축적인 장면, 함축적인 대사가 많은 공연 특성상 2~3회 관람해야 제대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처음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느라 바쁘지만, 2회 이상 관람할 땐 첫 관람 시 놓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뮤지컬의 특성과 더불어 특유의 팬덤이 더해질 때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폭발한다. 일각에서는 출연진에 대한 팬덤이 회전문 관객의 뼈대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다.
배우에 대한 애정이 작품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배우에 대한 팬덤은 분명 한계가 있다. 관건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작품에 대한 팬덤 형성이다. 작품 완성도에 대한 믿음과 믿고 보는 배우들이 결합될 때 비로소 시너지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뮤지컬 '헤드윅' '마마,돈크라이' '쓰릴 미'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때 비로소 공연도 오래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며 "역으로 작품에 대한 팬덤 덕분에 새로운 뮤지컬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