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관람 시 할인 제공은 기본
다양한 캐스팅 통해 반복 관람 유도
"다른 캐스팅으로 보니 느낌이 새로워요." "캐스팅별로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보고 또 봐도 감동입니다."
최근 잘 나가는 공연들이라면 공연을 반복 관람했다거나, 또 보겠다는 후기가 많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전체 관객 중 상당수가 회전문 관객들이고, 이들을 어떻게 잡느냐는 곧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제작된다. 관객들의 반복 관람이 없다면 오래 공연되는 건 불가능하다. 반면, 고정 관객을 확보한 공연이라면 끊이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꾸준히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은 기존 관객들에 새로운 관객들을 더해가며 끊임없이 팬층을 확장하는 작품들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예전에는 N차 관람을 '오타쿠 문화'로 비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마니아 문화'라는 긍정적 인식이 강해졌다. 제작사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회전문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캐스팅 전략과 이벤트, 공연의 변화 등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반복 관람에 대한 할인 혜택이다. 일부 대극장 뮤지컬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할인 혜택을 채택하고 있다. 그만큼 회전문 관객은 VIP고객이다.
개막을 앞둔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는 재관람 관객들에게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도 25%, '렌트'도 20%의 할인 혜택을 준다. 주로 20~30대 여성 관객들이 많은 중소극장 공연들이 이를 적극 활용한다.
제작사에서 더블 캐스팅이나 트리플 캐스팅을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배우들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캐스팅 조합을 통해 회전문 관객들이 반복관람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투어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주인공 댄버스 부인 역에 신영숙, 옥주현, 장은아를 캐스팅했고 막심 드 윈터 역으로 류정한, 카이, 신성록을 내세웠다. 공연을 앞둔 뮤지컬 ‘모차르트!'와 ‘렌트' 또한 주요 배역에 여러 명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이는 국내 공연계에서 일반화된 풍토다.
실제로 공연 마니아들은 같은 공연에서 서로 다른 배우가 무대에 설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즐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전캐찍기(모든 캐스팅을 다 관람하기)'라는 은어가 통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배우보다는 작품 자체를 관람하려는 성향이 짙다. 실제로 배우 캐스팅을 자세히 공지하거나, 관객들이 이를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캐스팅을 중시하는 건 한국 공연계의 대표적인 특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