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0.5% 금리 유지…인하 기조 '브레이크'
부동산·주식 시장 과열…부작용 우려 확산에 '발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이후 사상 유래 없는 0%대까지 기준금리를 내려 둔만큼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면서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도 추가 조정을 가져가기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은은 16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달 2일부터 8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9명은 이번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추락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경기 부양 조치였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1%)이 마지막이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이처럼 앞선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좀 더 충분히 살핀 뒤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가져간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빠르게 조정을 가져간 만큼, 이제는 당분간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이나 그에 따른 금융 불안에 대비할 여력을 남겨놔야 한다는 측면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남겨 둘 것이란 전망의 근거가 돼 왔다.
여기에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여건도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급락한 이후 빠르게 확대된 시중 통화량이 민간 소비나 기업의 유동성을 개선시키기 보다는 부동산과 증시로 쏠리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또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계 대출의 증가 규모가 전달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주택 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반면 국재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중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 간의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신임 금통위원에 임명되고도 주식 보유 문제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던 조윤제 위원은 이날 처음 정례회의에 참석했다.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된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다. 앞서 조 위원은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 5월 금통위 의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은법은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발생할 수 있는 위원의 경우 금통위 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