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번 금요일 ‘전사 휴무’에 업무 능률 ‘쑥’
리더는 ‘취미활동·자기계발’ 직원은 ‘재충전·휴식’
평일 낮에 못 갔던 은행·병원 방문도 자유롭게
직원 1천여명 설문조사 결과 제도 만족도 ‘92%’
직장 풍속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연봉, 고용 안정성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추세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은 비단 ‘90년대생’만의 욕망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자발적인 노예’가 될 필요가 있냐고 성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워라밸은 ‘단기간 업무 집중도’와 ‘적절한 휴식’이 균형을 이룰 때 완성된다. 이미 발 빠른 회사들은 이를 위해 ‘탄력 근무제’, ‘주 4일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연차 소진 없이 ‘오롯이’ 내 휴일 보내보니
SK텔레콤은 올해 1월 17일부터 한달에 1번 금요일을 전사 휴무일로 정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작했다. 매월 세번째 금요일은 ‘놀금(노는 금요일)’이다. 이날은 최소한 인력만 당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직원은 온전히 휴일을 즐긴다.
단, 연휴로 연결되거나 창사기념일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달의 경우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에는 어버이날인 5월 8일을 해피 프라이데이로 정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휴일은 연차에서도 소진되지 않는다. 2주에 80시간으로 정한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쉬는 날을 위해 월~목요일 동안 아등바등 야근할 필요도 없다.
제도 시행 반년을 맞아 SK텔레콤 임직원들의 삶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생산성 향상’으로 조사됐다. 하루를 쉬면 생산성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적절한 휴식을 기반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SK텔레콤 직원 A씨(38)는 “직원 스스로 근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요일에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을 휴일로 활용해 재충전하고,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리더와 구성원 약 1000여명을 대상으로 제도 시행 이후 만족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리더와 구성원 간에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취미활동과 자기계발에 더 시간을 쏟고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보여주기식’ 아닌 ‘진짜’ 휴식…휴일 업무 연락 X
응답 대상별로 리더는 ▲취미활동·자기계발(38%) ▲가족과 함께(30%) ▲재충전·휴식의 시간(28%) 순서로 나타났다. 구성원은 ▲재충전·휴식(36%) ▲가족과 함께(30%) ▲취미활동·자기계발(28.0%) 순으로 조사됐다.
평일 낮에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웠던 은행·병원 방문과 사후서비스(A/S) 처리 등 개인 용무를 볼 수 있었다는 답변도 나왔다.
제도 시행에 대한 만족도는 무려 92.1%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직원이 제도 자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보여주기식에 그친다거나 실제로는 몰래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해야 하는 ‘무늬만’ 휴일이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0.5%의 직원만이 ‘휴일에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0.5%도 제도가 완전한 문화로 정착되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 주에 며칠을 근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정된 근무시간에 얼마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는 해피 프라이데이 시행 원년으로 매월 1회 전사 휴무를 정착하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운영 과정에서 전사 근무시간 변화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인 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운영 방안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복지도 있다…법인차량 ‘쏘카’처럼 자유롭게
한편 SK텔레콤은 주말이나 평일 야간에 회사 업무용 차량을 직원 개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해피셰어카(Happy Share Car)’를 지난해 7월 19일부터 운영 중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쉽게 예약하고 활용할 수 있다. 번거롭게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과정이 없어 회사나 상사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해 구성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회사는 이번 해피 프라이데이부터 해피셰어카를 개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주말을 활용하면 총 4박 5일 렌트가 가능한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피 프라이데이에도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직원 만족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