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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문대통령의 세 가지 거짓말


입력 2020.07.22 07:00 수정 2020.07.22 08:4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박원순 의혹' 침묵…페미니스트 대통령 공약 무색

야당과 소통하겠다 공언했지만 협치 의지 안 보여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어록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단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다. 차별 철폐,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조성 등을 통해 이제껏 국민이 염원했던 나라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녹아 있다. 하지만 이 대목은 다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조국-윤미향 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사태, 부동산 대책 등 일련의 논란을 마주한 국민들의 절망이 가득 담겨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됐다"는 비아냥으로 변질됐다.


대통령의 발언은 늘 화제가 된다. 파급력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세 가지 거짓말을 했다. 하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 또 하나는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 마지막 하나는 잘못을 인정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인 2017년 2월 16일 성 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결론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문 대통령의 행보는 이와 거리가 멀다. 그간 성범죄에 대해 엄정한 사법처리를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말 한마디 없다. 단지 "오랜 인연인 박 시장의 사망이 충격적이다"가 전부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하고 일부 인사들은 이 사태를 가벼운 일로 치부하는 상황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은 이를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가 아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차 가해를 차단하겠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법했다.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는 대통령과도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그간 '협치'를 강조해왔지만, 협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180석 여당의 일방 독주에도 제동을 걸기는 커녕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며 협치가 이제껏 실현되지 못한 책임을 공동의 책임으로 전가했다. 심지어 협치의 대상인 야당의 지적을 수용하기 보단,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이례적으로 공개 대응했다. 이는 사실상 야당에 대한 경고다.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는 대통령과도 물론 거리가 멀다. 이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22번이나 수정됐는데도, 집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집값을 감당할 길이 없어 결혼을 포기했다는 젊은 세대, 죽어라 벌어 집 하나 장만하겠다던 서민들의 꿈을 짓밟았다.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돈 벌 수 없도록 하겠다"고만 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적어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 실패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최근 온라인에 퍼진 문 대통령의 취임연설 30가지 약속에는 '그래도 1가지는 지켰다'는 문구가 붙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역대 가장 높았던 집권 4년차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산길에 들어섰다. 씁쓸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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