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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이스타, 같은 M&A 난기류에도 여전한 온도차


입력 2020.07.30 06:00 수정 2020.07.29 21:4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이스타, 제주항공 인수 포기로 사실상 파산 수순 불가피

아시아나, 국유화 이후 구조조정 거쳐 재매각 유력 전망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에 이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로 항공업계 인수합병(M&A) 딜이 연이어 무산될 처지다.


두 M&A가 같은 노딜의 위기에 처했지만 온도차는 분명하다. 법정관리 후 청산이 유력한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우려되고 있지만 국유화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후 재매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사된 2건의 빅딜이 모두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아시나아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처한 사정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지난 23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면서 인수 무산이 공식화됐다.


항공업계의 업황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고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의 취약성도 드러날대로 드러나 새로운 인수의향자가 나타나기도 어렵다. 법정관리 후 청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부에서는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내놓으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는 이스타항공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고 항공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결국 파산 수순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해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M&A가 벽에 부딪힌 상황은 동일하다.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완료됐지만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로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HDC현산은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이에 재실사가 필요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이러한 태도가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인수에서 손을 떼기 위한 수순으로 명분 축적용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이 지난달 9일 먼저 채권단에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했으면서도 이후 채권단과의 협상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점도 이러한 시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의 진정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재실사를 수용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설령 재실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후 재협상을 통해 딜이 성사될 가능성도 매우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여객기.ⓒ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딜이 무산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은 이스타항공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이스타항공과 마찬가지로 자본잠식으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취약해진 현실은 동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불과 5개월만에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1만6126%로 급증했다. 또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반기 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처럼 청산절차를 밟기보다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해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국유화 방안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게 되면 LCC와 달리 대형항공사는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일단 출자전환을 통해 일시적으로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하다가 업황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를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도출해 몸집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HDC현산과는 자회사를 모두 포함한 통매각 방식으로 M&A가 추진됐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스타항공처럼 청산으로 직원들이 대규모 실직에 내몰리는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인식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직접 고용 규모가 1만명으로 이스타항공의 6배가 넘는다는 점에서 대량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파산으로 치닫게 정부가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파산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이스타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에는 다양한 경로가 놓여 있는 셈”이라며 “이미 7개가 있고 2개가 출범 대기 중인 LCC와 달리 대형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단 2개밖에 없는 시장 상황도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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