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씨티 기업대출 24조1380억원으로 11.8%나 늘어나
가계대출도 3.8% 증가…“빚투·패닉바잉에 코로나19 영향"
가계나 기업이 외국계 은행에도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가계·기업 대출이 6개월 만에 4조원 넘게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 확보 노력과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까지 더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가계와 기업을 합친 대출 잔액은 65조19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61조1201억원 대비 4조788억원(6.6%) 증가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대출이 이 기간 21조5777억원에서 24조1380억원으로 11.8%나 급증했다. 가계대출도 39조5424억원에서 41조609억원으로 3.8% 늘었다.
은행별로는 SC제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다. 작년 말 12조5117억원이었던 SC제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 6월 14조3934억원으로 15.0% 늘어났다.
씨티은행 역시 같은 기간 9조660억원에서 9조7446억원으로 7.4%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SC제일은행이 작년 말 27조9309억원에서 올 6월 말 29조1805억원으로 4.4% 늘었고 씨티은행 또한 이 기간 11조6115억원에서 11조8804억원으로 2.3% 상승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의 가계·기업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주식 빚투 열풍이 몰아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이 불었다.
또한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오자 불안감에 쫓겨 집을 사는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도 대출 증가세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점도 주효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외국계 은행뿐 아니라 은행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부실이 한국 금융시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0년 7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000억원으로 6월 말 928조9000억원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685조8000억원에서 7월 689조8000억원으로 한달 새 4조원 늘었고 주로 신용대출인 가계 기타대출도 같은 기간 241조9000억원에서 245조6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불었다.
기업 대출도 급증세다. 기업대출은 7월 말 기준 잔액이 955조1000억원으로 6월 말의 946조7000억원 보다 8조4000억원 많았다. 지난 2009년 6월 통계 속보 이후 매년 7월 통계만 따지면 최대 증가액이다.
7월 대기업대출 잔액은 178조4000억원으로 전월 176조5000억원 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났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도 770조3000억원에서 776조7000억원으로 6조4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367조1000억원에서 369조7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불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과 관련해 은행권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지금보다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