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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의 i-노트] 이통3사의 ‘탈통신’ 구호가 공허한 이유


입력 2020.08.27 07:00 수정 2020.08.26 21:06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연구개발 보다는 판촉…성장 동력 확보 의문

CAPEX 감축에 망 투자 부담 설득력 떨어져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도래…내실 다질 적기

지난달 23일 새벽 을지로입구역 터널에서 5G 개통을 위한 안테나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동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치며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보인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벗어나 종합 ICT 기업으로 변모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함께였다.


하지만 10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무선과 유선 등 통신 매출 비중은 절대적이고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등 신사업이라 불리는 분야에선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IPTV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사업이 약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통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탈통신’이라 말하기 다소 애매하다.


이통사들이 신사업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는 것과 관련이 깊다.


매출의 2.4%(SK텔레콤 기준)에 불과한 R&D 지출로는 통신 외의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실제 클라우드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에서 통신사와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R&D 지출에 있어 통신사들을 앞지른 지 오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상반기 R&D 비용은 2181억원, 1400억원, 333억원으로 3사 모두를 합쳐도 9243억원을 지출한 네이버에 한참 못 미친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대기업 반열에 오른 두 회사를 보면 R&D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답보상태인 수익과 더불어 망투자 부담까지 겹쳐 R&D에 할애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5G 커버리지와 품질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하기 위해선 시설투자(CAPEX)를 더 우선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입자 유치에 상반기에만 6조원에 가까운 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통신사들의 말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올해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CAPEX 지출마저 줄인 상황이라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R&D 역량 확보는 필수다. 통신사들이 말로만 ‘탈통신’을 외친 채 가입자 확보 등 과거와 같은 모습만 보인다면 성장 동력 상실은 물론 근본인 통신 서비스 경쟁력 하락도 감수해야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뉴노멀’이 자리 잡고 있는 지금이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종합 ICT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적기이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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