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빅브라더급 ‘부동산 감독원’ 설립 예고
전문가들 “취지 좋지만, 굳이 새 기구 만들 필요 있나”
“기존 제도 보완해도 충분, 설립 논의 충분히 거쳐야”
정부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대응반)의 권한을 확대한 빅브라더급 ‘부동산감독원’ 출범을 예고했다. 쉽게 말해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처럼, 부동산시장 감독을 위해 강화된 부동산 감독기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출범한 대응반은 5월부터 약 3개월간 불법증여·집값담합 등 범죄행위를 수사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약 2만2800건) 중 불법증여·법인거래 등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1705건을 조사하고 2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응반 역할을 발전시킨 부동산감독원 설립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법, 편법 거래들이 많이 이뤄지는데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많이 미약해 제대로 감독해 국민 자산을 지키려면 기구를 두는 것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동산감독원에는 보험료·금융자산·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요구 권한이 주어질 확률이 높다. 이에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다는 부동산감독원 설립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기존 제도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데 굳이 새로운 감독기구를 만들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안정화를 시키는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변호사협회나 회계사협회가 각 시장 교란을 통제하는 것처럼 공인중개사 협회 등 협회 내에서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게 교육하는 방안 등도 있는데, 정부가 여러 가지 대응가능성을 살피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감독원의 업무와 기능에 대해서는 구체화 돼야하겠지만, 일단은 투기수요를 사전적으로 차단한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차원에서는 시장에서 가격급등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감독기능을 굳이 감독원이라는 별도 기구에서 실행해야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감독원 신설을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철저히 거쳐 감독원 설립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감독원의 주 업무인 편법증여·법인자금 유용한 탈세·담합행위 등 업무가 꼭 부동산기구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준형 교수는 “담합행위나 탈세, 편법 증여 등의 업무가 부동산 업무인지 의문”이라며 “현재처럼 국세청이나 금감원에서 맡는 것도 인력을 보충하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본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규제가 시장 거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감독원이 설립되면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아도 심리적 위축을 지니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부동산 거래 투명화에 도움은 되나 시장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동산감독원 설립에 대한 부작용보다 필요성이 더 높다는 주장도 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감독원 역할은 그동안 왜곡된 여러가지 부동산 현상들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물론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긍정적 기능이 더 많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도한 개인정보 열람 권한등이 개인의 재산권·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서 교수는 “그래서 국회 입법시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지 명확한 바운더리 설정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를 수집해서 이용하고 발생하는 집중화 현상에 대한 부담은 분명 있으나, 결과적으로 얻을수 있는 편익이 더 크다고 보면, 부동산감독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