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팩터 혁신에만 매몰돼 실패했던 ‘G5’ 실수 반복 말아야
지속적인 앱·콘텐츠 확장으로 고객 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믿고 사보겠다.”
‘LG 윙’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다. 한때 연매출 1조원을 뛰어넘었던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이제 ‘마지막 잎새’처럼 언제 떨어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신세로 전락했다.
LG전자가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 6일 출시한 LG 윙은 메인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아래쪽에 숨겨진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를 갖췄다.
지난달 공개 당시 국내외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전만 해도 그저 ‘특이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공개 후에는 의외의 편리함이 강조되면서 기대감이 조성됐다. LG전자의 ‘도전’이 어느 정도 통한 듯했다.
초반의 높은 관심과 달리 정작 제품이 시장에 나오자 판매가 저조한 분위기다. 상반기 출시된 ‘LG 벨벳’과 같은 양상이다. LG 벨벳 역시 공개 직후 기존 세련된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판매는 이전 제품만 못했다.
지속적인 혁신과 적자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계속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무너진 브랜드 신뢰도 때문이다.
LG전자는 과거 모듈형 스마트폰 ‘G5’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한번 잃었다. G5는 스마트폰 밑부분을 분리해 카메라 손잡이나 고음질 오디오 기기 등의 모듈 부품을 끼울 수 있는 참신한 제품이었다.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생태계를 꾸릴 좋은 기회였지만 부품 간 ‘유격(벌어짐)’ 문제가 불거졌고 모듈 개발도 중단됐다. 다양한 사용성을 기대하고 여러 모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G6’부터 이를 사용할 수 없었고 모듈은 애물단지가 됐다.
LG 윙도 G5처럼 기존에 없던 폼팩터의 제품이다. 제품이 주는 특이점과 재미를 별개로 폼팩터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앱) 호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현재 윙을 지원하는 앱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과거 G5때 낭패를 겪었던 학습효과로 이번에도 이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우려는 LG전자에 가장 시급한 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명명된 폼팩터 혁신이 아닌 신뢰 회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새로운 폼팩터를 믿고 구매해준 LG 윙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지원해야 한다.
이를 넘어 LG 윙이 아니면 절대 실행하지 못하는 킬러 앱과 콘텐츠를 더 확장해 ‘믿고 사는 LG폰’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그게 소비자들에 대한 ‘기본’ 예의이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