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악용 사례 지속 발생
관련 항목 명시 여부로 임대차 분쟁 잡겠다는 정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 추진 예고
“10명 중 9명은 무조건 계약갱신청구권 쓸텐데...”
세입자들이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악용하며 집주인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차 관련 분쟁이 갈수록 증가하자, 정부는 전세 낀 집을 매매하는 경우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명시하는 보완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계약갱신 명시 여부는 현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세입자가 계약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것이기에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등을 확인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28일 지자체 및 공인중개사협회에 사전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를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집주인에게 수천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임대차법으로 인한 갈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8월과 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1만7839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명시하는 보완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명 중 9명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할 텐데, 결국 유명무실한 정책”이라며 “일단 계약갱신 청구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계약한 이후에 중간에 나가도 그만이니 결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집주인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에 따라 규제를 추가하면서 누더기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개선을 해야 하는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결국 임대차법 분쟁은 시장에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매매든 전세든 시장에서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매가격 상승 우려로 민간을 통한 임대물량 공급확대정책이 부담스럽다면 무주택자들이 전세거주보다는 집을 사도록 금융, 세제혜택을 대폭 늘려주어야 하고, 다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 놓을 수 있게 양도소득세 중과는 폐지해 주는 것이 맞다”며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가 책임을 지고 공공임대물량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