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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백신 찾아 삼만리 그만 둬야 하나요"…포비아에 문의 '뚝'


입력 2020.10.22 06:00 수정 2020.10.21 17:32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접종 후 총 9명 사망… 원인은 '오리무중'

잇따른 사망 보도에 높아지는 불안감, 병원 예약취소도 증가

서울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독감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 무료접종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접종 기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남자 고등학생에 이어 전북 고창, 대전, 제주, 대구에서도 사망 소식이 잇따르자 독감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거주하는 A(82)씨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동네 의원에서 독감백신 주사를 맞고, 이날 오후 3시쯤 숨졌다. A씨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오전 7시 35분에는 전북 고창군 한 주택에서 B(78)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전날 동네 의원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B씨는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접종 당시 특이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를, B씨는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를 맞았다.


이튿날인 21일에는 대구 거주 남성 C(78)씨도 독감 예방접종을 한 뒤 숨졌다. 그는 지난 20일 정오 동네 의원에서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고, 오후 1시 30분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21일 0시 5분 숨졌다. 기저질환으로는 파킨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이 있었다.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은 질병관리청이 어르신 무료 접종을 위해 공급한 엘지화학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이다. 유통 중 상온노출이 의심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니었다.


"차라리 안 맞는게 나을까" 공포 확산에 갈팡질팡


맘카페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 종류와 해당 병원, 올해 접종여부 등을 묻는 부모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 종류와 해당 병원, 올해 접종여부 등을 묻는 부모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 종류와 해당 병원, 올해 접종여부 등을 묻는 부모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해도 될 지 확신이 안 서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을 올린 작성자들은 "독감 백신 아기 맞추실 건가요?" "부작용 있으신 분 있었나요?" "상온노출된 백신은 폐기된 거 확실할까요?" "지금 다 동났다는데 유료라도 맞출 수 있는 소아과 있는 곳 있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관악구 내과 3곳과 소아청소년과 4곳은 최근 '백신대란'이라고 불릴 만큼 혼잡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찾기 어려웠던 백신이 찾아간 내과 2곳과 소아청소년과 1곳에는 여유분으로 남아 있었다.


서울 관악구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어제 오후에 들어온 무료접종백신이 소량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하려는 사람들로 꽉 찼었는데 백신 사망뉴스가 뜨면서 물량이 조금 남을 정도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관악구 내과 3곳과 소아청소년과 4곳은 무료접종 백신 물량은 물론이고 유료백신도 물량이 동난 상태였다. 내과 2곳과 소아청소년과 1곳만 무료접종 백신이 일부 남아있었다. ⓒ데일리안 이은정 기자 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관악구 내과 3곳과 소아청소년과 4곳은 무료접종 백신 물량은 물론이고 유료백신도 물량이 동난 상태였다. 내과 2곳과 소아청소년과 1곳만 무료접종 백신이 일부 남아있었다. ⓒ데일리안 이은정 기자

관악구의 H 내과의원도 예년 이맘때와는 달리 한적한 모습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마침 들어온 물량이 있는데 이것도 곧 있으면 없어지지 않겠냐"면서도 "백신 있느냐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왔는데 어제 오늘은 문의가 뚝 끊겼다. 전화가 오면 지금 빨리 오시면 맞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방배동에 거주하는 박모(37)씨는 "백신 사망사고로 9명이나 사망했다고 하니까 맞춰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어쩌겠나. 접종을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주변에 올해는 접종을 시키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중학생 부모인 서모(44)씨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만 독감백신 맞은 후 사망한 게 아니라 열일곱살 남자 고등학생도 죽었지 않느냐"며 "건강한 10대도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에 죽었다는 뉴스를 보니 선뜻 내 아이에게 접종을 하기가 겁이 나서 아직 주사를 맞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100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이상 반응을 보인 건 431건이다. 또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사람은 총 9명으로 늘었다. 접종과의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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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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