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작가 지망들이 가장 활발하게 정보와 고민을 털어놓는 모 커뮤니티의 회원수는 현재 9만 7499명이다. 이 커뮤니티 회원 수가 지망생들을 대표하는 숫자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드라마 지망생들이 ‘입봉’을 위해 아카데미, 보조작가,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이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힘든 것이 공모전에 입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예능 작가로 활동하다 2년 전부터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주희 씨(가명)는 공모전에 뛰어드는 이유를 본인 작품에 대한 타인의 검증, 공모전 출신이란 타이틀, 그리고 글을 써내야 하는 데드라인이다.
김주희 씨는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작가를 하려면 인맥이 있거나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이 드라마 문턱에 가는 유일한 방법은 공모전이다. 내가 습작한 것들을 아무나 읽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공모전에 당선됐던 작품’이란 타이틀을 가지면, 협의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PD들도 공모전에서 반응이 좋았던 걸 신뢰한다”고 공모전에 올인하는 이유를 밝혔다.
공모전를 제외하면 보조작가도 ‘입봉’을 위한 길이긴 하다. 그러나 이름 있는 작가의 보조작가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긍정과 부정적으로 나뉠 수 있다. 경험 삼아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피부로 경험할 수 있지만, 준비 단계부터 종영까지 지원하는 작품 외에 자신의 시간을 낼 여유와 체력이 없는 점이 단점이었다.
김주희 씨는 “유명한 작가의 보조작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누구의 보조작가란 타이틀만 있을 뿐 내 작품은 없지 않나”라며 “나중에 보여줄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작품 하나는 내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의 보조 작가로 일하는 것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를 준비하며 가장 큰 고충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공모전 하나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만, 기약 없는 막연함도 동반된다. 김주희 씨는 “방송작가 출신이다 보니, 낮에는 예능 대본을 쓰고 밤에는 드라마 대본을 써야지란 생각을 했다가 절대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에 도전하기 위해 방송 일을 그만뒀다. 벌어뒀던 돈이 있어 생활하는데 지금까지 문제는 없지만, 심적으로 부담과 불안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다수의 공모전에서 본선을 진출했던 경험은 더욱 펜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김 씨는 “포기를 하고 다시 예능 작가를 하려고 생각 할 때마다 본선 진출, 최종 진출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는 체념을 하고 운 좋으면 되는 거라고 진출 소식이 들려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한다. 지망생들에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그래도 창작이란 빛의 희망을 안고 계속 써내려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학생 시절을 포함해 3년을 준비한 이수미 씨(가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찍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떨어질 때마다 실력을 의심하고 꿈을 접었던 적도 있었다. 이수미 씨는 “내가 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에 미련이 남아 다시 준비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후 일정 기간 동안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생활비는 있어야 하니까 오로지 글만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병행하는 일은 힘들기 때문에 일정기간 나눠서 집중하고 있다”고 현실적인 부분을 말했다.
다른 작가 지망생 김지수 씨는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도 웹드라마, 웹소설, 미드폼 등 다양한 버전으로도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는 “요즘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공모전도 그런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 원소스 멀티유즈로 사용하기 위해 각 공모전 별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드라마 작가만 목표하지 않고 다른 매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