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아이폰12 출시 후 행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동의의결안 확정 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기간 ‘진정성’ 의심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애플)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자진시정안(잠정 동의의결안)을 내놨으나 신규 스마트폰 ‘아이폰12’ 출시 전후로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기간에도 이를 지키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공정위 제재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관련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가 이달 초 마무리됐다. 이를 종합해 최종 동의의결안이 마련되면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고 인용(확정)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완료됐고 최종 동의의결안을 전원회의에 올려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나 전원회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뒤에도 애플이 이를 어겼을시 정부로부터 직접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동의의결 자체가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이통사와 애플 간 계약서 내용을 수정하는 등 이해당사자끼리 협의를 통해 자진시정안을 지켜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애플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애플이 잘못된 점을 시정하려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진행되는 기간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것이나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번 절차가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수리비를 이통사나 대리점에 떠넘겨 왔다. 아이폰 광고를 하면서 광고 마지막에 1~2초만 이통사 로고를 내보내고는 광고비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겼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제조사와 이통사가 나눠 부담하던 판매지원금도 일절 내지 않았다. 아이폰 공시지원금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애플은 잠정 동의의결안에서 이러한 점을 모두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아이폰12 출시 후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향후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돼도 사실상 애플이 광고비 분배를 어떤 비율로 정할 지 알 수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12는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되기 전 나온 제품으로 애플의 예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있다”며 “향후 이통사들과의 세부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애플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