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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장] '내가 죽던 날' 김혜수·이정은·노정의…벼랑 끝에서 피어낸 연대


입력 2020.11.05 08:48 수정 2020.11.05 08:4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박지완 감독 첫 장편 데뷔작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위로가 되고 싶다

'내가 죽던 날'이 수사물이란 구조를 통해 사건보다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내밀함으로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내가 죽던 날'의 언론시사회가 진행,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박지완 감독이 참석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박지완 감독은 극 중 현수 세진 순천댁 등 여성 캐릭터의 중심으로 펼쳐지는 구조에 "일부러 그런건 아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인생을 들여다볼 때 발견할 수 있는 걸 찾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며 "딱히 여성 서사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같이 본 분들이 말씀해주셔서 저도 알아가는 중이다"라고


이어 박지완 감독은 현수의 직업 설정과 그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어낸 이유에 대해 "형사라는 직업이 들여다볼 기회가 많은 사람이다. 현수는 영화상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다.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범죄를 다루는 게 아닌, 자신의 고통을 통해 남의 상황이 보이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현수가 쫓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지완 감독은 현수, 세진이 가족 중 남자 구성원으로 상처를 받은 설정에 대해서는 "일부러는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본인에게 큰 고민일 수 있다. 현수의 경우, 괜찮을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팔에 마비가 오고 등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심리적인 상태가 주변에서도 꽤 많이 있다.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 보편적이지만 이혼, 남편의 불륜이라는 상황을 만들었다. 세진의 경우 부모님이 범죄자라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나. 부자인지, 가난한지도 주어진 조건이라 객관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있다가 없어지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수는 영화에서 상처를 가진 형사 현수로 분해 세진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연기로 보여준다. 김혜수는 "제가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 시기적으로도 제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 드러낼 수 없는 좌절감이나 상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며 "촬영, 연기하면서, 함께 만나는 배우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다. 촬영현장에서도 따뜻한 연대감을 느꼈다. 저희가 정해놓은 주제가 있지만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요즘 처럼 힘이 드는 시기에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고 '내가 죽던 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언급했다.


김혜수는 "현수를 포함해 대부분 인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은 배제하려고 했다. 누구나 상처가 있지만 저 역시 아픈 구석이 있었다. 감독님과 같이 극을 풀어가면서 실제 제가 경험을 했던 감정, 상황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민정과 현수가 이야기하는 오피스텔 장면이다. 잠을 못 자는데 자게 되면 악몽을 꾼다고 하는데 그게 실제 제가 1년 정도 꿨던 꿈이다. 배역과 결과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현수 캐릭터를 만든 과정을 말했다.


이정은이 연기하는 순천댁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정은은 "목소리가 없는 걸 혹시라도 관객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잘 듣고, 반응하려고 했던 게 제일 중요했다"며 "감독님과 오랫동안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후시 작업도 많이 했다. 힘들고 낯설게 나오는 소리를 만들려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을 대체하기 위해 필체를 만드는 일 또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털어놨다.


이어 "공연 할 때 사지를 못 쓰는 장애인을 데리고 사는 어머니 역을 한 적 있다. 그 작품을 할 때 그런 분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 부분이 농익어 이 분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란 상상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나중에는 소리를 안내고, 내고의 문제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를 더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세진 역을 연기한 노정의는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그 당시 마음의 상처가 컸던 상태라 세진이로 승화해 표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 순간에 모든 걸 잃고 아픔과 상처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걸 잃은 어린 아이의 모습과 표정 등을 중점적으로 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또 노정의는 선배 김혜수, 이정은과의 호흡에 "처음에 교장선생님 두 분이 계신 느낌이었다. 부담이 많이 됐지만 선배님들과 함께하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제가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부담이었다가 나중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저의 부족함을 채워가고 배워가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은 단편 영화 '여고생이다'(2008)를 연출한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11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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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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