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퍼 무비의 장르의 전형적인 설정이 가득한 영화다.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유쾌한 팀플레이와 긴장감 그리고 반전 등 보통의 케이퍼 무비의 플롯을 따라간다. 그저 그런 케이퍼 무비로 남는 듯 했으나 도굴이란 소재를 아이러니하게 빼앗긴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되찾아와야 의미로 뒤집어 의미를 부여한 점이 참신하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강동구가 판을 짜고,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의 달인 삽달이(임원희)를 모은다. 여기에 강동구를 어려서부터 데려다 키운 만기(주진모), 그의 딸 혜리(박세완)이 도굴에 필요한 임무들을 지원사격한다.
이들은 중국 지안에 위치한 고구려 벽화를 훔친 후 강남 한복판 선릉 도굴 계획을 짠다. 성종과 함께 묻힌 태조 이성계의 검, 일명 '조선판 엑스칼리버'를 훔치겠다는 의도다. 강동구의 대담함과 촉을 높이 산 미술관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과 기업 회장 상길(송영창)이 이들의 뒤를 봐준다.
도굴 원정대가 유물을 훔칠 계획을 하는 과정에 기발한 아이디어는 없다. 이들에게 오히려 제대로 된 위기가 없다는 것이 다소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나, 캐릭터 플레이가 상쇄시킨다.
강동구는 능청스럽고 뻔뻔하지만 위기 앞에서 대담하다. 무리수를 두는 것 같지만 그에겐 모든 계획이 있다. 이제훈이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잘 안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강동구를 자유자래로 요리했다. 조우진이 아니면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아재미가 넘치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스 박사도 '도굴'의 재미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단발머리에 삽을 어깨에 둘러맨 예고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삽다리는, 기대보다 두각을 드러내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도굴 원정대에 스며든다.
케이퍼 무비의 묘미인 반전은 후반부를 달려가며 몇 차례 등장하나, 케이퍼 무비를 많이 접해온 이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다.
고분 따위를 도굴하여 매장물을 파내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우리는 '도굴' 또는 '도굴꾼'이라 부르지만, 영화는 '도굴'의 의미를 다르게 풀어냈다. 윤실장이 큐레이터로 강연을 하는 장면에서 우리나라 문화재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이를 반환받기 위해 갖은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린다. 이 장면은 후반 강동구가 문화재를 도굴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이익을 위해 훔쳐 진회장 도굴 컬렉션에 있던 문화재는 모두 강동구의 손에 들어가고, 강동구는 이를 우리나라 유산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힘쓴다. 마지막까지도 강동구와 일행들의 '도굴' 행위를 훔치러 간다가 아닌, 빼앗긴 것을 다시 되찾는다는 의미로 장식한다.
하지만 '도굴'이 가진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코믹범죄오락 영화로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다. 4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