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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과감한 투자로 위기 정면돌파 '승부수'


입력 2020.11.16 16:42 수정 2020.11.16 17:0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코로나19 경영난 속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

미래 위한 기회 삼아 규모의 경제로 성장 발판

경영권 위협속 산은 우군 확보 '일석이조' 효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정면돌파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도약을 노리는 한편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삼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과감한 결단력이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뒤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구상으로 시작된 두 대형 항공사간 결합은 조원태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 경영난 심화 속에서도 미래 대비한 결정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이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있다.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채권단으로서는 조기 매각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때로 심화퇸 터라 오너의 결단 없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76억원으로 전년동기(1179억원)보다 94% 감소했고 매출 도 1조5508억원으로 전년동기(3조283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항공사들의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2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전히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해 경영난은 내년까지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영난 속에서도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단한데는 코로나19 이후 회복될 항공 시장에서 성장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조 회장의 시선이 미래에 맞춰져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조 회장은 앞서 여객 수요 급감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위기극복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음에도 대한항공이 흑자를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결단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며 성장해 온 것과 닮음꼴이다. 조 전 회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이라크 전쟁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등으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했던 2003년에는 도리어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유동성 확보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채권단에서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최대 1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이 예정돼 있다. 또 그동안 지연돼 온 송현동 부지 매각도 서울시와 합의해 오는 26일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추가 자금도 확보되고 있다.


◆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유리한 고지 선점 효과도


조 회장의 이번 인수 결단은 그룹 경영권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그룹 총수에 취임한 이후에도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의 경영권 위협에 시달려 왔다.


지난 3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승하며 경영권 분쟁 1라운드는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3자연합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며 위협적은 존재로 자리를 매김한 상태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조 회장 측의 한진칼 지분(신주인수권 제외)은 조 회장 6.5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특수관계인 4.15%, 델타 14.90%,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으로 총 41.14%다. 반면 3자연합은 45.23%로 조 회장측보다 더 지분이 많은 상황으로 여기에 신주인수권을 고려하면 3자연합의 보유 지분율은 46.71%로 추정되고 있다.


3자연합은 3월 주총 완패 이후에도 대한항공의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한진그룹의 유동성 확보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견제해 왔고 내년 3월 전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해 이사회 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인수 결단으로 산은과 손을 잡으면서 우군을 확보해 보다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출발점은 산은이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줄 수밖에 없어 조 회장으로서는 3자 연합의 지분율 희석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산은을 우군으로 삼아 백기사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돼 향후 지속될 수 있는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3자연합이 이사회 결의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금융당국과 정면대결하는 스탠스를 취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 보면 이번 인수는 사업적 성장과 경영권 안정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절대 놓칠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데일리안 DB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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