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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혼란 틈타 RCEP 타결…文대통령 '균형 외교' 시험대 오르다


입력 2020.11.17 07:00 수정 2020.11.17 14:44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다자무역주의 바이든, 체결국에 압력 가능성

미국이 CPTPP 재추진 시 한국에 가입 요구

CPTPP 체결 시 對일본 교역 문제까지 산적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15일 최종 서명했다. 새로운 무역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 속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 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6일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중국 견제를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해 미국 주도 다자무역 체제를 이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역시 그동안 중국을 압박해 왔지만 양자 방법은 전혀 다르다. 트럼프는 일방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양자협상전략을 구사하면서 한국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만한 요소가 없었다. 반면 바이든은 다자무역체제로 전환해 동맹 국가와 연대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주변국들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국면에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RCEP 협정을 최종 타결한 것은 외교적 관점에서 한국 입지의 난처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대두된다.


청와대는 RCEP가 미중 무역 분쟁과 연관이 없다며 안심시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RCEP이 중국 주도 협정인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는데, 중국 주도가 아니며 중국은 참가하는 15개국 중 하나"라며 "RCEP과 CPTPP는 대립이나 대결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 입장일 뿐, 무역 갈등을 빚어온 강국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크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다. 미국이 TPP에서 빠진데다 예기치 않은 대선 혼란까지 겹친 시기에 중국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규모 FTA인 RCEP에 참여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국이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미국 입장에선 이같은 중국의 발빠른 처신을 대(對)미 견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를 강조해온 점은 이러한 주장을 강화해준다. 그는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앞으로 내 주안점은 아시아와 유럽의 친구들이 21세기 무역 규칙의 길을 세우고 우리와 함께 중국 무역 기술 분야의 남용에 강하게 맞서도록 결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뉴욕시립대학교에서의 연설에서도 "중국을 두렵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친구, 파트너들과 통일 전선을 구축해 중국의 침략적인 경제 행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해 중국 견제를 시사했다.


문제는 다자체제로 전환을 지향하는 바이든이 중국과 경제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 일본 등 RCEP 협정국들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앞으로 무역 평형추를 잡아가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CPTPP에 가입하지 않고 미뤘던 이유는 당시 한중FTA 체결을 앞두고 중국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점을 모를 리 없는 바이든이 CPTPP 등 무역협정을 재추진할 경우 한국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CPTPP에 가입하면 또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일본과 무역 관계다. RCEP에 비해 CPTPP는 시장 개방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세를 높게 매기고 있는 국가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일본에 대해 관세를 높게 매기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60% 가까이 무관세로 매기는 등 한국에 대한 관세가 낮다"며 "일본과 CPTPP를 체결하게 되면 피해를 입는 쪽은 한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가적 측면에서 CPTPP 체결 시점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CPTPP 가입이 일본과의 시장개방 문제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TPP가 미래의 세계 경제를 이끄는 표준 템플릿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확대로 다양한 국적의 중간재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TPP와 같은 자원·노동·기술·시장 등 다양한 특장점을 보유한 국가들끼리의 다자간 FTA는 우리가 지금까지 체결해온 양자 간 FTA에 비해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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