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향한 미디어의 변화 있지만, 교육 콘텐츠도 필요
무조건적인 미화도 지양해야
MBC ‘불새’(2004)에서 하반신 장애 여성를 가진 미란(정혜영 분)이 가벼운 전기 감전 후 감각이 되살아나 몇 차례 재활치료 끝에 일어서는 장면에 있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척추 손상에 의한 하지마비의 경우 신경학적 검사 상 불완전 손상이면 보행을 포함한 감각 및 운동기능의 회복 가능성이 있기는 어느 한순간의 자극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SBS ‘마녀의 성’(2015)에서는 하체마비가 돼 휠체어 생활하고 있는 단별(최정원 분)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희재(이지 분)가 음식을 쏟아버린 후 “생각해 보니 기어와서 핥아 먹는 게 어떨까?”라고 조롱한다. 또 재활 치료를 통해 하반신 마비에서 회복하는 단별의 모습을 그렸다.
이 드라마들은 반전을 위해 장애인물이 처한 설정을 조금 더 극적으로, 또 장애를 완치된 인물로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드라마의 영향력을 볼 때, 장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확산될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인물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노희경 작가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tvN ‘디어 마이프렌즈’(2016)에서 꾸준히 장애 캐릭터를 등장시켜왔다. 각 작품에 시각 장애인 오영(송혜교 분),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수광(이광수 분), 사고로 하체마비가 된 서연하(조인성 분), 하반신 마비를 가진 장인봉(김정환 분)을 통해 사회가 바라보는 차가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반영했다. ‘디어 마이프렌즈’는 “세상에 모든 남자가 되지만 유부남과 네 삼촌처럼 장애인은 안 된다”라는 거침없는 대사로 장애인 비하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제작진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시각에서는 사회의 인식이나 비장애인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편견을 꼬집은 대사였다고 바라봤다.
최근에는 미디어에서 그리는 장애, 혹은 장애인의 연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시선과 판단일 뿐, 당사자, 혹은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온도 차이는 달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 도구를 제작하는 도르의 김주은 대표는 "장애인이 도움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해 그린 나쁜 영화의 사례는 너무 많았다. 현재 2020년의 미디어는 장애인을 성숙하게 바라보고 있다. 성숙하다는건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누군가 예민해서 잠을 잘 못자는 것처럼 적응해야 하는 그들의 조건이다. 그걸 강렬하게 말하는 것보다 '나의 특별한 형제들' 처럼 웃음과 함께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주은 대표는 장애인을 향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반적으로 사회에 깔린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은 이해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표현도 중요하지만 표현을 잘 하기 위한 교육도 중요하다. 장애인을 독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과 더불어 미디어에서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강조되거나 연계된 콘텐츠가 나온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둔 A씨도 조금 더 미디어가 부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시선의 고유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A씨는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건 많아졌고 좋은 현상이지만, 이것이 또 어긋난 기대를 가져올 수 있다. 여동생이 '드라마 속 서번트 증후군 장애인은 잘하던데 왜 너는 못해'라는 말을 듣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미디어가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좋은 현상으로 가기 위한 장애인 소재의 드라마, 영화의 탄생은 반기지만, 너무 미화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장애인 표현은 바로 논란으로 연결되는 면이 있어서, 오히려 그 부분을 지적 받지 않기 위해 미화해 그려내는 지점이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는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향한 단어선택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단어 하나 고쳐진다고 해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인식이 개선됐다는 걸 체감하기는 어렵다. 미디어에서는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데 실제로는 반영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도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세금을 먹고 사는 사람처럼 여긴다. 과하게 친절하거나, 과하게 냉담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미디어가 조금 더 이런 현실을 반영한 콘텐츠를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