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부진 겪는 롯데칠성, 호텔롯데 보유 지분 매입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후 신동빈 원톱 체제 확고…‘원롯데’ 구축 속도
롯데지주가 코로나19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계열사 지원에 나섰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올 초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타계 이후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가 확고해진 만큼 본격적인 계열사 지배력 확대에 나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7일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자사주 42만110주를 414억2300만원에 매입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의 최대주주로, 매입 후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39.26%로 확대됐다.
이번 거래를 통해 롯데칠성음료는 그간 주가 상승에 부담 요소였던 오버행(Overhang, 잠재적 대기 매도 물량) 이슈를 해소하고, 414억원의 현금 확보를 통해 각종 금융비용 절감 및 부채비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롯데칠성음료가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물량인 만큼, 매각을 통해 위법 요소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된 자기주식은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같은 날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전량(24만5351주)을 709억600만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은 25.3%로 증가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국내 계열사 중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으로 꼽힌다. 캐시카우인 면세점을 비롯해 호텔 및 리조트 사업도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814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영업적자는 4632억원으로 작년 2037억원과 비교해 6669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26일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영구 롯데칠성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 신임 식품BU장으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음료, 주류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주력인 음료 부문은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면서 주스, 커피 등 판매량이 감소했고, 주류는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일본 불매운동 전과 비교해서는 매출이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울러 이 사장이 작년 롯데칠성의 음료, 주류 부문 통합 대표를 맡아 올 3분기 주류의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등 성과를 보인 만큼 이를 제과, 푸드 등 식품 계열사로 확산해 수익성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텔롯데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신동빈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호텔롯데 상장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상장 작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