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소송 취하로 첫 고비 넘겼지만 이륙까지 '먼길'
공정위 독과점 심사‧양사 노조반발‧직원동요 '또 다른 관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KCGI와의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첫 고비를 넘겼지만, 통합 항공사를 띄우기까진 여전히 줄여야할 무게 적지 않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는 KCGI가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하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항공사 빅딜의 활로는 열리게 됐다. 당장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양대 항공사 통합은 무산된다"며 위기론을 설파해온 이 회장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날 법원의 결정 직후 산업은행은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그간 주장해 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어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방안 발표 이후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본 방안 추진 과정에 잘 반영해 통합 국적항공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법정싸움 승리 그후…'장밋빛 청사진' 접고 현실적 대안 내놔야
산업은행은 이제 한고비를 넘었을 뿐, 양사 노조의 반발과 직원들의 동요, 천문학적인 부채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특혜 논란에 대한 주주의 반발과 여론의 우려 등이 풀어야할 당면 과제로 꼽힌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인수합병 발표 직후부터 따라다닌 '백기사' 꼬리표부터 떼어내야 한다. 애초에 유상증자 방식이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해 유상증자에 참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은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경영권 다툼에 개입해 주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이제 "재벌 특혜가 아닌 항공산업 특혜"라는 구호성 발언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KCGI와 법정 싸움 과정에서 인수‧합병에 따른 과도한 기대효과를 강조해 업계에서도 '장밋빛 전망'이란 지적 받아왔다.
실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수익 증대분을 5년간 6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시장에선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통합 효과는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문학적인 부채 문제도 산술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인수 계획 발표 이후 공개한 지표들은 대부분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산출한 수치들이다. 현재 아시아나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에 달하고 대한항공은 14조원 이상의 금융 부채 중 약 5조원이 1년 내 만기 도래한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3자 주주연합의 반발도 변수다. 이동걸 회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두 항공사의 국제선 노선 중 겹치는 노선은 48개로 대한항공 전체 노선(115개)의 42%를 차지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법원의 결정 직전까지 매서운 설전을 벌인 KCGI측에 대해 "그간 주장해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며 "KCGI측도 한진칼의 주요주주로서 엄중한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